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를 구상 중인 정치권 인사들은 ‘개헌’과 ‘반패권’을 기치로 연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일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예상 외 부진과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 등으로 혼돈에 빠지고 있으나, 제3지대가 현실화될 경우 무엇보다 유리한 프레임 짜기에 사활을 걸 것이란 전망이다.
야권 관계자는 20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 프레임이 보수와 진보 대결로 가면 문재인 전 대표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이라면서 “제3지대에선 진보와 보수를 넘어 개헌과 반패권주의를 키워드로 뭉쳐 문 전 대표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정권 교체 세력으로, 제3지대를 개헌연대 세력으로 프레임을 바꾸면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는 “친문패권은 친박패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친문, 반문이 아니라 패권주의자와 반패권주의자로 불러야 할 것”이라면서 “민주당 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 박영선 의원까지 포함해 15명 정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하고도 일정 부분 얘기한 게 있다”고도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들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패권세력에 대항하는 새 야당 세력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것이 제가 말하는 2, 3월 빅뱅의 근거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는 다른, 기득권과 패권을 배제한 개혁세력이 앞으로 새롭게 구성될 것”이라며 “개헌을 지향하는 세력을 제가 모으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소속 정당이 없는 손 전 대표와 전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제3지대의 상수로 꼽힌다. 여기에 일부 야권 관계자들의 전언대로 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개헌을 주장해온 원로 정치인, 재야 인사들과 제3지대에서 만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온다.
실제로 정대철·권노갑 국민의당 상임고문,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등은 이달 초부터 개헌을 고리로 몇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향후 제3지대에서 개헌에 앞장서겠다고 공약하는 후보가 결정되면 전폭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덕룡 전 원내대표가 전날 정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에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려면 한 정당이나 정파, 개인이 아닌 코리아드림팀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 전 총리는 드림팀의 주전멤버일 수도 있고 오거나이징(조직)할 수도 있는 분”이라고 밝힌 것도 그래서 눈길을 끈다.
한편 손학규 전 대표는 오는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제3세력 규합에 나서는 한편, 설 연휴 전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도 회동을 갖기로 해 제3지대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