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37. 오광심

입력 2017-01-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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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누비며 이름 떨친 여자광복군

▲오광심과 남편 김학규.
▲오광심과 남편 김학규.

오광심(1910~1976)은 평안북도 선천군 신부면에서 1910년 3월 출생하여,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남만주로 갔다. 정의부(正義府)가 설립한 화흥중학 부설 사범과를 1929년에 졸업하고, 이듬해 한족회의 배달학교와 유하현 삼원보의 동명중학 부설 여자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대일 항전이 본격화할 무렵 그는 조선혁명당에 가입하였고, 1931년 일제의 만주 침략 때는 교사를 그만두고 조선혁명군 사령부 군수처에서 일했다. 이후 조선혁명군 유격대 및 한중연합 항일전에서 주로 연락을 담당하는 등 항일운동에 가담하였고, 참모장으로 활동하던 김학규와 결혼했다.

만주 지역 독립군의 여건이 점차 악화하자, 혁명군 사령부는 임시정부에 원조를 요청해야만 했다. 이때 오광심은 대표로 선발된 남편 김학규와 함께 안동에서 난징까지 멀고도 험한 길을 가야 했다.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보따리를 인, 남루하기 짝이 없는 촌부로 변장하였다.

당시 심경을 시 ‘님 찾아가는 길’에 “비바람 세차고 눈보라 쌓여도 님 향한 굳은 마음은 변할 길 없어라 (중략) 험난한 세파에 괴로움 많아도 님 맞을 그날을 위하여 끝까지 가리라”라고 노래했다. 조국 해방을 위한 여장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비치는 그는, 뛰어난 암기력으로 본부 간부 모두를 탄복시켰다. 즉 남편이 작성한 보고서 전문을 한 자도 빠짐없이 외워 구술 보고를 한 것이다. 이로써 일경에 발각되는 위험을 모면할 수 있었다. 먼 길을 오랜 시간을 견디고도 완벽하게 외워낸 그의 천재성은 놀랍기만 하였다.

1935년 7월에는 민족혁명당 부녀부 차장, 1936년에는 난징에서 대한애국부인회의 간부로 계속 활동하였다. 1940년 9월 충칭 임시정부가 창설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의 사무 및 선전사업을 담당하였으며, 시안으로 이동한 뒤에는 지복영·조순옥 대원 등과 함께 기관지 ‘광복’을 간행하였다. 제3지대장 남편을 돕는 일이기도 하였지만, 자신들의 주체적인 활동으로 여성 참여를 위한 선전, 모병활동 등을 한 것이다. ‘한국 여성 동지들에게 일언을 드림’이라는 글에서 “우리 여자가 없으면 세계를 구성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우리 민족을 구성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역설하였다.

광복 후에는 상하이에서 총사령부 주호판사처(駐?辦事處) 처장으로 활동하는 남편과 함께 한인 교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한편 안전한 귀국을 도왔다. 1947년에도 선전에서 애국부인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다가 1948년 4월에야 귀국하였다. 젊음을 조국을 위해 헌신한 열정과 용기는 간 곳 모른 채, 1976년 운명하기까지 내내 가난에 시달리는 고달프기만 한 삶이 이어졌다. 1977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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