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받아낸 일자리 약속, 사실은 13만개…그나마 실현여부 불투명

입력 2017-01-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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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것이 실제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10여 개의 기업이 약속한 일자리 수는 미국 내에서 총 13만 개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자리 창출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기업을 압박한 게 효과를 낸 것이다. 주로 트럼프는 트위터를 이용해 개별 기업에 엄포를 놓았다. 멕시코 등 국외에 있는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하라는 식이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를 포함해 줄줄이 백기를 들었고 최근에는 미국 내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매번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달에 새로 생겨나는 순 일자리 수는 약 18만 명 정도다. 즉 약속받은 고용이 총 생겨나는 일자리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월마트가 약속한 일자리 1만 개도 미국 대 최대 유통업체라는 기업 규모와 성장세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WSJ에 따르면 이는 올해 미국 내 총 노동 인구의 0.7%에 불과하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미국의 100만 소상인들을 알리바바 플랫폼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미국 상품을 중국과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신규 채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스탠포드대학교의 니콜라스 블룸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업과 한 건 딜을 성사시킬 때마다 800개의 일자리가 하루에 만들어진다고 치면, 당선 공약을 다 지키려면 20년 동안 매일 협상을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다만 실제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트럼프의 압박이 개별 기업의 전략을 재검토하도록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의 성장 전략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하였다는 뜻이다. 발앤게이너의 짐 러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부분의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 건 경제적 여건이 좋아진 탓이지만 정치적 의도와도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포드자동차는 멕시코 공장에 16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 내에 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결정했다. 포드자동차의 마크 필즈 최고영영자(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그가 추진할 정책에 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대선 기간 내내 앙숙 관계였던 아마존도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미국 내에 10만개의 정규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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