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기획하고 작성을 지시한 혐의의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시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청구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기각으로 타격을 입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다. 그러나 직권남용은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뇌물죄보다 형량이 가볍다. 공모관계를 밝혀내면 뇌물죄의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지만, 직권남용은 법정형이 5년 이하다.
현직 장관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사실을 부인하던 조 장관은 특검 조사를 받던 중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4~2015년께 정부에 비협조적인 문화계 인사 명단이 들어간 리스트를 작성해 불이익을 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됐는데, 조 장관이 당시 정무수석이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최대 실세로 군림했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는 김 전 실장이 특정인을 거론하며 '반정부 인사'에게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장이 여럿 발견됐다. 문화계는 물론 사법부 등 광범위한 분야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유신헌법 제정 작업에 참여한 이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조 장관도 특검팀이 겨냥하는 '본체' 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이번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거쳐 지난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두 법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