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상장으로 공모자금 유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과 투자자금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공기업 상장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31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지역난방공사 국정감사에서 오영식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 주식시장 전체 규모를 감안했을 때 지역난방공사 상장으로 주식시장에 신규 물량을 공급하는 효과는 매우 적다”면서 “공모자금 유치로 재무개선을 도모한다고 하지만,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금은 전체 투자 규모나 부채 규모를 감안했을 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증시 상장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주식 상장에 따른 배당금 지급은 매년 최소 100억 이상 소요될 것이며, 여기에 더해 막대한 차입금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 감안하면 수백억의 영업외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막대한 자금 압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결국 투자자금 및 배당금 지급을 위해 열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 의원은 “열요금 인상에 따른 해당 지역민의 소송과 집단행동, 이에 따라 상장 자체가 불확실할 측면이 있는 등 대내외적으로 지불해야 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상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난방공사 증시상장과 관련 노영민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현재 한전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의 장부가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추정 공모가보다 209% 높은 수준으로 헐값매각 논란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역난방공사는 민영화를 전제로 한 증시상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장부가로 추정 공모가를 선정하는 등 주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얻은 이후에 증시상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 최철국 의원(경남 김해을)은 “집단에너지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투자비 회수기간이 긴 장치사업이며,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 감소로 경제성이 떨어져 민간부문의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곤란하다”면서 “그런데 주식상장을 했을 경우, 민간투자자들은 공사에 이익추구를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집단에너지 확대보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2001년 4월 공사의 안양·부천지사 매각 직후 LG파워가 23.54%의 요금인상을 시도했으나, 지역주민 반대로 철회한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같은 일이 반도되지 않도록 현 단계에서 공사의 주식상장을 전면 중단하고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증시상장과 관련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구미갑)은 “공기업 주식을 조기에 상장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 만큼, 면밀한 검토 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안에 조기상장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단기적 효과보다는 중장기적 효과에 비중을 두고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국증권연구원이 질의회신문에서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질적·양적 수준에서 정부의 단기적 조치가 갖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답변했다면서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현재 상장 관련 내부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나 정부정책이라는 명분 하에 ‘울며 겨자먹기식’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공기업 주식을 통해 증시기반을 다지겠다는 정부의 계획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천명하면서 “20%내의 지분만 공모한다고 하나 추가적으로 상장이 이루어지고 공모의 비율이 상향된다면 상장대상 공기업의 부실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에 증시가 안정화되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곽성문 의원(한나라당)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독점적 지위 확보를 통해 공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것은 결국, 세금으로 만든 회사가 서비스를 통해 또 한번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다”면서 “정부의 공기업 상장 추진은 ‘증시안정’, ‘공기업 경영투명성 확보’ 등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나, ‘지역난방 요금 인상’, ‘공기업 공공성 훼손’, ‘노사 갈등 요인 제공’ 등의 부정적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이어 “한난의 상장 비중은 20% 범위 내에서 배정된다면서 전문가들은 공모가가 장부가의 5배가 넘는 3만원을 넘어서더라도 상장금액은 600억원 가량, 함께 상장 예정인 한전KPS, 기은캐피탈의 총 상장금액은 불과 1200~13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한난 상장이 증시물량 확보라는 당초 취지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곽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상장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난 상장 후 난방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다면 상장 안 전체를 재검토하고 지역 주민들의 여론부터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5월 18일 정부는 각 부처의 공공기관 298개를 대상으로 상장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공모가 추정 등 경제적 측면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준정부기관, 교육·연구기관 등 비영리적 법인이 아닐 것, ▲상장추진시 법률개정이 필요하지 않을 것, ▲ 공모가가 장부가보다 높거나, 낮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는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 중 관계부처 실무회의를 통해 추진대상 기업 15개사를 선정하고,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우선 3개사(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 KPS, 기은캐피탈)를 올해안에 상장(2007.7.30)키로 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지분의 일부(10%~20%)만 공모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난의 발행주식은 총 868만주에 불과해 500만주 이상 주식 공모 조건 충족이 불가능해 집사법시행령상 한난주식의 액면가로 확정되어 있는 부분을 개정하여 액면분할로 발행주식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1000원으로 액면 부할시 공공성 유지를 위해 정부측 지분비율(정부 + 에관공) 50.1% 이상 보유한다는 조건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500만주 이상)을 동시에 충족하는 신주발행규모는 총 주식의 10.33% ~ 16.65%이다.
공기업 상장시 배당금 지급에 따른 자금 압박이 우려된다.
지역난방공사가 상장되면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미 상정된 에너지 관련 공사인 한전, 가스공사의 연간 배당 성향은 최소 16.5%에서 최대 50%에 달하고 있다.
이들 기업 역시 정부가 여전히 최대 주주이며, 지역난방 상장시 주주들은 한난에게 최소한 한전 수준인 30%정도의 배당을 요구할 것이며 이에 따라 매년 100억~200억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지역난방공사는 정부의 신도시개발 계획에 따라 화성, 파주, 판교 등에 신규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막대한 신규 투자를 계획 중에 있다. 특히 화성 및 파주사업의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포함하여 2009년까지 확정된 투자액만 약 1조5500억원이 예정되어 있어 계획상으로는 1조원 이상 차입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난은 지금까지 소요자금을 사용자들이 납부하는 공사비부담금과 정부의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에특회계) 융자금 및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였으나, 2006년부터는 에특회계 융자금의 한난 지원이 축소되어 일반 차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차입한 자금 현황을 보면, 에특회계는 1986년부터 총 6157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일반차입은 2006년부터 총 4000억원 규모이며, 이에 따른 이자지급액도 매년 증가하여 2007년 9월말 현재 358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난 자료에 따르면, 향후 2011년까지 에특자금 이외 차입 규모가 무려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자와 기존 이자 지급액을 합하면, 매년 100~200억 이상씩 증가하여 2011년에는 총 800억 이상의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막대한 배당금과 이자 지급으로 자금 차입 차질이나 투자 축소 등의 우려가 예상된다.
덧붙여 정부가 공기업 주식 상장을 결정한 이유는 과열된 주식 시장에 신규 주식 공급으로 주식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공모자금 유치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3개 기관 주식상장액은 1800억원에 그쳐 주식 시가 총액 1000조원의 0.018%밖에 되지 않아 과연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정부의 방침대로 공공성(정부 지분 50% 이상)을 유지하면서 유가증권 상장조건을 만족하는 수준의 상장 비율이 10.33%~16.65%인데, 이를 통해 마련될 공모 자금 규모는 350억원에서 56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