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성남 중원구의 오리엔트 공장에서 “이곳은 12살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학교 대신 공장에 출근했던 빈민소년 노동자의 어릴 적 직장”이라면서 “바로 여기에서 저는 힘겨운 노동에 시달렸던 그 소년노동자의 소망에 따라 대한민국 19대 대선 출마를 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나라’를 기치로 내걸고 ‘이재명식 뉴딜성장정책’을 경제 분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재벌체제 해체와 고소득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증세, 기본소득과 토지배당 도입 등이 골자다.
이 시장은 “기득권 재벌체제, 정치를 쥐어흔드는 법위의 삼성족벌체제를 누가 해체할 수 있겠나”라며 “재벌과 아무 연고도 이해관계도 없는 저야말로 재벌체제 해체로 공정경제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10%의 국민이 대한민국 전체 연소득의 48%, 자산의 66%를 갖고, 국민 50%가 연소득의 5%, 자산의 2%를 나눠갖는 이 극심한 불평등을 막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며 “소수에 불과한 초고소득 기업과 개인에 합당한 증세로 국민복지를 확대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단언했다.
기본소득과 토지배당 관련해선 “국가예산 400조의 7%인 28조원으로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 명에게 기본소득 1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95%의 국민이 혜택을 보는 국토보유세를 만들어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토지배당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시장은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선 △미군주둔비 축소요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 및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 시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선 “사드 배치는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같은 당 안희정 충남지사 등에 견제구를 날리며 철회를 공약했다.
정치 분야에선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주의의 도입 확대, 표의 등가성을 고려한 비례대표제 수정 등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이 시장은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언론과 검찰, 공직사회의 대대적 개혁 △원전제로정책 △반값 등록금 실현 등을 약속했다.
한편 이 시장의 이날 출마선언식엔 모친을 비롯한 가족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가족사 논란을 정면돌파하는 동시에, 가족 모두 서민, 노동자임을 밝혀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는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모친을 두고 “고된 밭일로도 자식들 먹여살리기 어려워 약장사에 밀주까지 팔면서 힘겨운 삶의 무게에 부엌 구석에서 몰래 흐느끼시다가, 고무공장 샌드페이퍼에 깍여 피가 배어나오는 제 손바닥을 보고 또 우셨다”면서 “일곱 남매를 위해 평생을 바쳐 온 제 어머니를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뒤이어 차례로 “광부로, 건설현장에서 일용노동자로 일하다 추락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강원도 큰 형님은 몸이 불편해 못 오셨다”며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제 누님, 청소회사 직원 제 둘째형님, 그리고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사랑하는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이 시장은 “상대원시장 청소부로 일하시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이 자리에 안 계신다”며 “야쿠르트 배달원을 거쳐 건물 청소 일을 하다 2년전 새벽 과로로 다른 세상 사람이 된 제 여동생은 저 하늘에서 오빠를 격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족 한 명 한 명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