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입각한 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나이키와 월마트 등 대기업은 물론 농부와 목장주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과 시민의 기대를 모은 다자간 무역협정이 물건너 가게 됐으며 자유무역을 존중하는 수십년 정책 기조가 뒤집어지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는 서명 후 “지금 우리가 취한 행동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훌륭한 일”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이것(TPP 탈퇴)에 대해 얘기해 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명령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선거 유세에서 TPP와 기타 무역협정에 강한 반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수십년 간 자유무역의 혜택을 받아온 많은 기업은 이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을 사고 있다. 카토인스티튜트의 댄 아이켄슨 이사는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장서 추진한 전례는 없다”며 “지난 1934년 이후 미국의 무역정책은 자유화와 국제주의에 기반을 둔 초당파적 지지 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대선에도 출마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TPP를 버린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긍정적인 무역 아젠다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노동조합과 담배업체들은 트럼프 결정에 환영하고 있다. TPP 조항 중에는 정부의 금연 캠페인에 담배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월마트와 나이키 등 아웃소싱 비중이 큰 기업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TPP의 미래는 이제 유동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과 호주 등 TPP 서명국들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