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정경유착 근절과 검찰 해체 (2)

입력 2017-01-24 10: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을 가진 수사의 주체이고, 독점적인 공소제기 권한을 가진 공소권의 주체이며, 재판의 집행을 지휘·감독하는 등 형사 절차의 모든 단계에 있어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 우리나라는 기소독점주의 원칙에 따라 검사만이 공소제기권을 가지고 있어 그 권한이 매우 큰 반면,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현재 검찰의 가장 큰 조직상의 문제는 검찰이 보유한 수사권과 공소권이 그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서로 양립 불가능한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형사 절차의 최고 이념을 형사소송법 교과서는 ‘실체진실의 발견(실체진실주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실체진실이 수사 단계에서 과도하게 추구되면 수사기관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가혹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반면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적법절차의 원리’를 명시하고 있다. ‘적법절차의 원리’는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을 구현한 공정한 법정 절차에 의하여 형벌권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러한 ‘적법절차 원리’는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실체진실주의와 대립한다. 즉 실체진실을 추구하면 ‘적법절차의 원리’가 침해되고, ‘적법절차의 원리’를 추구하면 ‘실체진실의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시민의 인권 보장과 실체진실의 발견이라는 모순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직이나, 현재의 검찰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인권 보장보다는 실체진실의 발견을 우선시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근대적 의미의 ‘검찰’은 존재하지 않고, 경찰청과 검찰청이라는 두 개의 수사기관만이 존재한다고 보아도 과장은 아니다.

검사 인사에서도 수사 잘하는 검사가 승진을 하고, 공판검사는 한직으로 취급받는다. 이렇게 검찰이 수사 기능에 방점을 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단의 극단적인 예가 2002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검찰 직원들이 검사 지시에 따라 피의자들을 조사하면서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전신에 폭행을 무수히 가하고, 수갑을 채운 상태로 소위 ‘원산폭격’,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일부 피의자는 화장실로 끌고 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물을 코와 입 부위에 부으면서 범행을 시인하도록 강요하는 등 폭행 및 가혹 행위를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정하(下)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에서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가지게 된 데에는 일제강점기의 유산을 그대로 계승한 경찰에 대한 심각한 불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역사적 정당성도 인정된다. 그러나 시민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현재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합하여 수사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수사 시스템은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의 검찰 시스템은 비대해진 검찰권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부 검사의 수익모델일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검찰의 기능을 해체하여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수사청’과 기소를 담당하는 ‘국가기소청’으로 나누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법무부를 ‘문민화’하는 것이다. 현재 법무부는 검찰에 의해 장악되어 있어 검찰에 대한 아무런 견제 기능도 하지 못한다. 특히 검사의 인사권을 검사들의 품에서 시민들의 품으로 보내야 검사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가 이루어진다.

지난 18일 개봉하여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더 킹’에서 권력의 화신인 한강식 부장검사(정우성 분)는 자신이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왕’이라고 말한다. 검사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왕의 대관(代官)에서 유래하였고, 20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왕의 대관을 넘어 ‘왕’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지도 않은 권력을 ‘왕’처럼 휘두른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선택은 대한민국의 ‘왕’인 국민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베일 벗은 선도지구에 주민 희비 갈렸다…추가 분담금·낮은 용적률이 ‘복병’[1기 선도지구]
  • [2024마켓리더대상] 위기 속 ‘투자 나침반’ 역할…다양한 부의 증식 기회 제공
  • 어도어ㆍ빅히트, 쇄신 바람 불까…위기 속 등장한 '신임 대표'들 [이슈크래커]
  • “117년 만에 폭설도 못 막지”…올림픽파크포레온 1.2만 가구 입주장 개막에 '후끈' [르포]
  •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상법개정안 가속 페달 달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151,000
    • +1.81%
    • 이더리움
    • 4,929,000
    • +5.91%
    • 비트코인 캐시
    • 714,000
    • +3.33%
    • 리플
    • 2,055
    • +6.64%
    • 솔라나
    • 332,000
    • +3.07%
    • 에이다
    • 1,413
    • +9.03%
    • 이오스
    • 1,138
    • +2.99%
    • 트론
    • 279
    • +3.72%
    • 스텔라루멘
    • 699
    • +12.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850
    • +1.79%
    • 체인링크
    • 25,090
    • +4.54%
    • 샌드박스
    • 855
    • +0.1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