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서울 주요 상권의 평균 임대료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상주수요와 유동인구 영향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김영란법과 정국불안, 관광객 감소 등으로 소비가 대체로 위축된 모습이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서울 소재 상가 평균 임대료는 전분기(1㎡당 3만 3600원)과 비슷한 3만 3700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감소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저렴한 매물을 내놓으며 국지적으로 임대료 하향조짐이 나타났지만 동시에 유동인구가 꾸준한 상권은 비싼 매물이 나와 전체 임대료 수준이 전분기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지역별로 강남권역은 △강남역(-6.1%) △압구정역(-1.4%) △신사역(-1.4%)의 임대료가 하락한 반면 삼성역(3.4%)은 상승했다. 강남은 대로변에 위치한 의류, 화장품 매장이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를 보였고, 일본·중국 관광객이 홍대, 이대 등으로 분산돼 가로수길과 압구정을 찾는 발길이 감소했다. 내국인 방문 역시 줄고 있다. 반면 삼성역은 탄탄한 상주수요로 큰 부침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도심권역은 촛불시위 영향에 상권별로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종로5가(1.9%)와 △광화문(1.4%)은 오름세를 보인 반면 종로3가(-2.9%)와 종각(-8.3%)은 임대로가 하락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으로 광화문일대 오피스 상권은 위축이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촛불시위로 인한 폭발적인 유동인구에 매출 감소가 상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국혼란이 마무리되면 김영란법의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여의도 등 오피스 밀집 상권도 김영란법으로 대형 점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새해에도 소비 위축이 지속될 경우 점포 임대료 하락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신촌 마포권역도 지역마다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상수(9.8%)와 이화여대(4.2%)를 비롯해 △신촌(2.0%) △연남동(1.2%) 등이 상승한 반면 홍대(-2.1%) 상권의 임대료는 하락했다. 상수역 상권은 이면상권을 중심으로 카페, 주점 등 요식업종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 돼 있다. 특히 이곳은 최근 홍대 상권 확장으로 상권 임대료가 강세를 이어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임차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 홍대 역시 임대료가 치솟아 급매물을 내놓는 세입자가 증가하는 추세고, 상수, 연남동도 임대료가 저렴한 수준이 아니어서 세입자가 설 입지가 좁아지는 분위기다. 상권이 침체됐던 이화여대는 골목디자인 개선과 창업점포 조성 등의 노력으로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타권역에서는 이태원 상권이 꾸준한 유동인구로 상권의 범위가 확장됐다. 서촌은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입점을 금지했는데도 임대료 상승폭을 막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매니저는 "정부의 자영업자 대출자격 제한으로 자영업시장의 침체 골을 깊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다 김영란법 시행과 정국혼란 등 소비경제 침체로 올 상반기 주요 상권은 당분간 위축된 분위기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