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40. 헌정왕후(獻貞王后)

입력 2017-01-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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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와의 간통, 사랑인가 야심인가?

헌정왕후(獻貞王后) 황보씨(?~992)는 고려 경종의 제4비이자 제8대 왕 현종의 어머니이다. 그녀의 삶은 언니인 헌애왕태후(천추태후, 경종의 제3비)의 삶과 분리해 말할 수 없다. 두 자매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동지이자 라이벌로서의 극적인 삶을 살았다.

981년 경종이 죽었다. 경종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왕송(뒤의 목종)은 젖먹이라 왕위를 계승할 수 없어 자매의 친오빠인 성종이 즉위하였다. 자매는 궐 밖으로 나가 각기 거주하였다.

어느 날 헌정왕후는 산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는데, 오줌이 흘러 온 나라에 넘치고, 그것이 모두 변하여 은색 바다가 되는 꿈을 꾸었다. 점을 치니 왕이 될 아들을 낳겠다 했다. 왕후는 자신이 과부인데 어찌 아들을 낳겠느냐며 믿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배 다른 삼촌인 안종(安宗, 태조와 신라 왕녀 출신 신성왕태후 사이의 아들)이 근처에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주 왕래하다 간통해 임신을 하게 되었다. 992년 간통 사실이 발각되어 안종은 귀양을 갔고, 왕후는 아들(왕순, 대량원군, 뒤의 현종)을 낳고 죽었다.

이후 성종이 죽고 천추태후의 아들이 목종으로 즉위하였다. 여러 해가 지나도 목종에게 자식이 없자 천추태후는 자신과 김치양이 사통해 낳은 아이로 목종의 후사를 잇고자 했다. 그리하여 헌정왕후의 아들인 대량원군을 중으로 만들어 여러 차례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1009년 대량원군 측의 쿠데타로 목종은 폐위되고 대량원군이 현종으로 즉위하였다.

두 자매는 과부로 다른 남자와 사통해 아들을 낳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역사에서 천추태후는 천하의 악녀로, 헌정왕후는 순진무구한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져 있다. 과연 이것이 진실일까? 고려사를 보면, 최소한 헌정왕후의 정인(情人)인 안종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대량원군 역시 왕위에 뜻이 있었음은 삼각산 신혈사에서 중으로 있을 때 읊었다는 다음의 시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약포(藥圃)에 도사리고 앉은 작고 작은 저 배암/온몸에 붉은 무늬 찬란히 번쩍이네!/언제나 꽃밭에만 있다고 말하지 말라/하루아침 용 되기란 어렵지 않으리니!”

헌정왕후는 정말 안종의 계략을 몰랐을까? 아니면 공모자였을까? 성종에게 아들이 없는 상황에서 태조의 손자인 자신의 아들이 꼭 왕위에 오르지 못하란 법도 없다. 부계 모계 공히 태조의 자손인 그녀의 아들은 천추태후의 아들만큼이나 훌륭한 혈통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똑같이 혼외 자식을 왕위에 올리려 했는데 왜 역사에서 그녀는 지탄받지 않았는가? 천추태후의 아이는 왕이 되지 못했고, 그녀의 아이는 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공식 사서가 어찌 승리자의 기록이 아니겠는가!

현종은 왕위에 오른 뒤 그녀를 효숙(孝肅)왕태후라고 추존하고, 무덤을 원릉(元陵)이라고 하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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