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현모양처 신사임당에 대한 오해

입력 2017-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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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현모양처 신사임당에 대한 오해

배우 이영애가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로 복귀합니다.
13년 만의 공백을 깨고 돌아오는 만큼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영애가 연기할 신사임당의 삶도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죠.

율곡 이이를 키운 현모이자 남편 이원수에게 헌신한 양처, 전통적인 '현모양처'로 기억되는 신사임당.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하지만 최근 재조명되는 신사임당의 모습은 우리의 인식과는 사뭇 다릅니다.
좋은 어머니와 아내임은 틀림없지만 자신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던 인물이자 독창적인 예술가, 또 뛰어난 리더였던 것입니다.

"신사임당은 다른 각도에서 보아도 분명 하나의 인격자요, 학문인이요, 시인이요, 서화에 능한 천재 예술가였음에 틀림이 없다"  -사학자 이은상
"신사임당은 결혼생활의 성공과 자아실현 모두 이룬 여성이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

그렇다면 신사임당은 왜 현모양처라는 굴레 속에 갇히게 됐을까요?
그 시작은 율곡의 수제자인 김장생의 제자 송시열이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면서부터입니다. 신사임당의 뛰어난 산수화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어머니’ 이미지에 어울리는 초충도(草蟲圖)를 높이 평가했죠. 그렇게 신사임당은 ‘유교적 어머니’ 로 비유됐습니다.

사실 현모양처라는 단어도 우리 고유의 말은 아닙니다. 원래 일본에서 등장한 ‘양처현모’에서 왔죠. 이는 국가와 남편에게 순종을 요구하는 여성상을 의미했는데요. 당시 일본으로서는 국가통합을 위해 필요한 여성관이었습니다. 이 용어가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들어와 퍼지며 신사임당에 씌워지며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는 신사임당에게 이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씌운 것입니다. 특히 태평양전쟁에 조선인의 징병을 독려하기 위해 '군국의 어머니'라며 추켜세웠죠.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사임당을 내세우며 천황의 아들을 길러내고 충직한 신하로 만드는 충성심 강한 어머니상을 강요한 것입니다.

신사임당에 대한 현모양처 이미지는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장기 독재정권으로 인한 이데올로기도 한몫했습니다.
1970년대 독재 합리화를 위한 성역화사업이 이뤄지며 신사임당은 민족의 대표인물이자 현모양처로 부각됐습니다. 신사임당의 정신을 ‘애국애족’과 '가족을 돌보는 여성'으로 강조하면서 말이죠.

또 당시 정권은 영부인 육영수를 ‘양처’이자 자애로운 어머니로 추앙하면서 신사임당과 동일시하는 이미지를 주입시켰습니다. 어린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을 만들어 ‘국모’로 격상시켰죠. 이런 이미지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등 훌륭한 명문가문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던 것입니다.

유교의 어머니에서 군국의 어머니, 그리고 민족의 현모양처.
결국 '현모양처' 신사임당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인 셈입니다.

"신사임당은 하나의 인격자요, 학문인이요, 시인이요, 서화에 능한 천재 예술가였음에 틀림이 없다"  -사학자 이은상
"신사임당은 결혼생활의 성공과 자아실현 모두 이룬 여성이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

당신이 아는 신사임당은 현모양처가 전부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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