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헷갈릴 땐 소비자에 맡기면 된다는 업계의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믿습니다.” 월등한 품질로 20여 년 간 소비자에 응답받아온 한우 브랜드가 있다. 바로 무혈거세 방식을 1994년 국내 최초 도입한 한우 브랜드 ‘개군한우’다.
설 대목이라 불리는 구정 연휴를 앞두고 양평 ‘개군한우’의 바이어인 AK플라자 상품본부 식품팀 이용준 파트장(대리)을 인터뷰했다.
국내 시판되는 쇠고기의 경우, 최대 8단계의 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쳐 구조 개선에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최근에는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가격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우 브랜드는 100여 개가 넘는 생산자 브랜드가 약 80%, 유통업자 브랜드가 약 20%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생산자 브랜드 대부분이 지자체(지역 단위 농ㆍ축협) 브랜드인 반면, 개군한우는 ‘축산농가’인 양평 초우회가 AK플라자와 직접 만든 브랜드다.
이처럼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중간 유통 과정을 과감히 없애고 가격 경쟁력의 메리트는 소비자에 돌리고 농가 상생까지 거머쥔 ‘효자상품’이 바로 개군한우다.
“일반적으로 유통과정 중 경매수수료 2%, 중도매입, 도매 수수료 5% 등 총 8%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면‘개군한우’의 경우 수집상, 도매상의 경로가 없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싸게 구매하는 대신 농가에 장려금을 별도로 지급합니다. 또, 시세와 비교해 등급별로 품질에 따라 3~6%를 농가에 다시 환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한우 출하 농가 입장에서는 품질에 대해 추가 장려금을 받을 수 있고, 구매하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품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우의 품질 관리는 ‘삼통’이 기본이다. “혈통, 우수한 종자와 사료 그리고 태어나서 30개월 동안 환경을 균일하게 만들어주는 등 이 세 가지가 우수한 품질의 기본입니다. 이 같은 생산방식을 채택한 것은 ‘개군한우’가 시초이지요.”
어려운 시기에 매출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 여타 한우보다 10% 정도 높은 가격이지만 일 평균 500만 원, 주말 평균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26억 원(200마리 물량)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매출 평균 신장률을 25%를 기록해 AK플라자 입점 한우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정 연휴 직전인 최근 전반적인 쇠고기 유통 시장은 어둡다. 지난해 추석 이후 폭등과 폭락을 거듭했다. 시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주된 원인이다. 이 같은 전반적인 쇠고기 유통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개군한우’는 꾸준한 품질 관리로 균일한 제품력을 유지해 소비자의 신뢰도가 입증된 것이다.
“앞으로 한우 가격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고, 비싼 가격으로 수입육에 내줬던 자리를 보다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될 거라 전망합니다. 이에 백화점에서는 희소성 있는 상품을 제공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이 파트장은 축산관리 이론과 실무를 접목해 한우 품질과 상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AK플라자는 지난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워터에이징 기법으로 숙성한 ‘개군한우’ 라인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기존 업계의 드라이에이징 방식과 비교해 육우 품질의 손실이 적다. 이는 한우와 수입육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등급이 다소 낮고 마블링이 적은 한우를 숙성을 거쳐 풍미를 향상시킬 방법을 고민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고기 숙성도에 따른 판매 데이터를 축산과학원에 제공해 연구와 판매 현장을 연결했다.
한우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이 파트장은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며 급변하는 식문화ㆍ외식 트렌드에 발맞춰 마리네이드 스테이크 등 양념육과 포장방법에 대한 고민 또한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