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비용을 멕시코에 떠넘기려 하는 것에 대한 반발 조치다.
보도에 따르면 페나 니에토 대통령은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오전 백악관에서 예정돼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어 “멕시코는 양국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합의를 계속 추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31일 미국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 이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대규모 장벽을 세우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장벽 건설비를 멕시코가 부담하지 않는다면 예정된 정상회담을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멕시코 내에서는 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멕시코 정부의 거절에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의 입장이 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열어봐야 ‘성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의원 연찬회에서 연설을 통해 “멕시코 대통령과 나는 내주로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멕시코가 존중심을 갖고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 이상, 그런 회담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다른 길로 가겠다”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예산을 우선 투입해 장벽을 신속하게 건설한 뒤 추후 멕시코에 건설비용 상환 청구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멕시코가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내자 수입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매겨, 장벽 건설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은 부대비용을 제외한 순수 비용이 약 120억~150억 달러(약 14조~17조5000억원)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