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난민들의 입국을 120일간 금지하고 시리아 난민은 무기한 입국 금지하며 시리아와 이라크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시민 운동가들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계 인사들도 미국의 폐쇄주의적인 규제에 불안을 표시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이민자 국가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을 제외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특정 출신지와 종교에 속한 사람들을 의심하는 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며 “독일은 이중 국적자도 많다. 이민계 독일인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조사하고 이들을 대표해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와의 45분간의 전화통화에서 행정명령에 대한 독일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와 따뜻한 분위기 속에 회담했지만 영국은 반이민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저녁 새 반이민정책이 이중국적 영국인에게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혀 영국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장 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전쟁과 억압을 피해 온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흐마드 후센 캐나다 이민부 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발이 묶인 이민자와 난민, 여행자들에게 임시 거주권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도 총리는 전날 트위터에 “박해와 테러, 전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캐나다는 환영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강점”이라는 트윗을 남겨 난민을 계속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한편 트럼프는 각계각층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행정명령은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테러로부터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어 “언론매체가 ‘무슬림 금지령’이라고 잘못 보도하고 있다”며 미디어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