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한국인 사업가 살해에 ‘마약과의 전쟁’ 보류

입력 2017-01-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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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찰 마약단속 조직 해체 등 쇄신책 마련 지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 경찰들의 한국인 사업가 납치ㆍ살해 사건에 ‘마약과의 전쟁’을 잠시 보류했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현지 경찰관들이 한국인 사업가를 납치하고 살해한 사건으로 피비린내 나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커지자 잠시 전쟁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6월 두테르테 취임 이후 경찰은 2000명 이상을 살해했으며 추가로 5000명이 마약범죄 혐의로 재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졌다.

두테르테는 전날 밤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운영하는 방식을 재구성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기존 경찰 마약단속 조직 해체 등 쇄신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이날 “부패ㆍ비리 경찰관을 척결하고 조직을 재정비하기 전까지 마약단속 권한이 필리핀 마약단속국으로 이관될 것”이라며 “나쁜 경찰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마약이 아니라 깡패 경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는 그동안 마약 단속과 관련한 인권단체의 비판을 무시해왔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내 6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인 사업가 지모 씨가 지난해 10월 경찰에 의해 납치ㆍ살해되면서 두테르테는 한국 정부에 사과를 표시하는 등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필리핀 상원도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 씨 사건에 연루된 경찰 용의자 3명에 대해 24시간 안에 자수할 것을 권하고 100만 페소(약 2340만 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그는 “경찰본부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정말로 나쁘다. 우리는 이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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