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0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TPP 참가국에 공식 통보했다.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사실상 양자간 협상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마리아 페이건 USTR 대표대행은 이날 TPP 사무국을 맡은 뉴질랜드에 서한을 보내 “미국은 12개국이 참가하기로 한 TPP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지난해 2월 4일 서명에서 발생하는 어떤 법적 의무도 없다는 점을 다른 10개국에 알려달라”며 비준 절차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USTR는 상무부와 국무부와 함께 미국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TPP는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15년 가을 대략 합의해 지난해 2월 12개국이 서명을 마치고 국가별 비준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탈퇴 통보로 TPP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이날 USTR의 공식 TPP 탈퇴 통보를 기점으로 미국의 양자 간 FTA 협상 전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TPP와 같은 다자간 협정이 아닌 양자 협정을 선호한다고 밝혀왔으며 지난 23일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트럼프를 지지했던 노동자층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전역 도심 지역의 수출 집약도를 측정한 결과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던 미국 중서부와 동남부 도시의 무역 의존도가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도가 높았던 미국 대도시보다 훨씬 더 높았다. 만약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을 격화시키면 자신의 지지 기반에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 브루킹스연구소의 진단이다. 마크 무로 브루킹스연구소 대도시정책 프로그램 책임자는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소도시로 무역전쟁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이들 지역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