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비덱' 수십억 송금 요구한 최순실…거절당하자 “까다롭게 군다”

입력 2017-01-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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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1) 씨가 SK그룹에 자신의 독일 회사인 ‘비덱’으로 50억 원을 보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까다롭게 군다”며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가 포스트잇에 자필로 적어가며 K스포츠재단의 사업을 일일이 챙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31일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8차 공판에서 박헌영(39) K스포츠재단 과장이 증인으로 나와 이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제 입맛대로 SK측에 수십억 지원 요구한 최순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 씨는 최 씨의 지시로 박영춘 SK 전무와 만났다고 했다. 박 씨는 최 씨가 “내가 검토한 가이드러너 전문 설립 기획안, 연구용역안, 해외훈련 전지훈련 예산안을 출력해 만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SK측에 K스포츠재단 후원금으로 80억 원을 요청했다. 전체 금액 가운데 체육 인재 해외전지훈련비용 50억 원을 최 씨 소유인 독일의 ‘비덱’으로 송금해달라고도 했다. 박 씨는 최 씨로부터 지시받은 대로 전했을 뿐, 비덱이 최 씨의 개인 회사인지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박 씨가 SK 측에 제시한 해외전지훈련 기획안은 최 씨 입맛대로 짜 맞춘 부실한 안이었다. 박 씨는 “기획안에서 볼 수 있는 사업타당성은 없었다”며 “예산안만 짜보라고 해 여기저기서 정보를 종합해 줬더니 예산이 너무 적어 이것 갖고는 훈련 못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보험료부터 식비까지 세세하게 수정을 지시했다고 한다. 박 씨는 최 씨의 말대로 최종 금액을 50억 원에 맞춘 예산표를 짰다고 설명했다. 직접 기획안을 작성한 박 씨조차 당시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기획안으로 SK측에 돈을 받으라고 해서 “황당했다”고 진술했다.

당연히 SK는 박 씨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박 씨는 “SK가 (비덱 송금은) 법적으로 성립하기 힘들 것 같다”며 “그날 미팅에서 처음 보고 들은 회사인데 어떻게 돈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미팅 내용을 최 씨에게 보고하니 최 씨가 “뭐 그리 까다롭게 나오느냐”고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최 씨가 ‘SK가 까다롭게 군다. 기다려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 씨는 SK와 재협상에 나서 기부금 30억 원에 최종 합의했다. 애초 SK는 20억 원만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박 씨는 “예산이 50억 원인데 20억 원으로 나오는 건 너무 짜다. 다시 30억 원 정도로 이야기해 보라”는 최 씨 말을 듣고 SK를 다시 만났다고 한다. 결국 SK는 K스포츠재단에 지난해 20억 원, 올해 10억 원으로 나눠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씨는 ‘최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재단 자금 빼내려고 한 거로 생각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기획안 수정부터 지시까지…포스트잇에 빼곡히 메모한 최순실

“포스트잇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한다.” 박 씨는 최 씨가 평소 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포스트잇에 지시사항을 하나하나 적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여직원을 시켜 회의 테이블에 사무함을 갖다 놨다”며 “사무함에는 포스트잇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잘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자신이 사용할 네임펜과 포스트잇을 충분히 준비해놓지 않으면 직원을 혼냈다고 한다.

이는 앞서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최 씨가 직접 자필로 적었다며 재판부에 낸 포스트잇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노 씨는 당시 ‘5대 거점 종합형 스포츠클럽 건립’, ‘각 산하기관 공모사항’, ‘포스코 스포츠단 창립 계획안’, ‘멕시코 문화행사’ 등 관련 지시사항을 적은 포스트잇을 증거로 제출했다. 박 씨는 최 씨가 노 씨에게 포스트잇을 주는 것을 직접 봤고, 포스트잇 내용을 논의할 때도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고쳐야 할 내용이나 본인(최순실)이 생각하는 방안 등을 지시할 때 포스트잇을 많이 받았다”며 “다만 더블루케이를 폐업하던 시점에 대부분 문서를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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