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핀테크 굴기]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위어바오로 투자하고…알리바바의 ‘핀테크 마법’

입력 2017-02-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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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송금서비스 업체 머니그램 인수 등 영역 확대…“10년 내 20억 고객 글로벌 시장 주도”

▲중국 항저우의 한 매장에서 고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라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핀테크 시장도 지배하고 있다. 항저우/신화뉴시스
▲중국 항저우의 한 매장에서 고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라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핀테크 시장도 지배하고 있다. 항저우/신화뉴시스

중국 핀테크 산업이 세계 최대 수준으로 부상한 데에는 현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혁신을 빼놓을 수 없다. 알리바바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와 인터넷은행 마이뱅크,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등 다양한 핀테크 영역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에릭 징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 기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20억 명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밝혔다. 이미 앤트파이낸셜은 4억5000만 명의 고객을 갖고 있으나 에릭 징 CEO는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목표 달성을 위한 키워드로 에릭 징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AI 등 모든 기술은 앤트파이낸셜의 사업에 깊이 통합될 것”이라며 “이런 기술은 고객에게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핀테크 1위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과시한 것이다.

알리바바 핀테크 사업의 성공은 알리페이에서 시작됐다. 알리바바는 지난 2004년 타오바오와 티몰 등 자사 온라인 장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전자결제인 알리페이를 도입했다. 신용카드 보급이 미진한 상황에서 결제 안전성을 보장해 주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알리페이의 등장에 중국 고객들은 열광했다. 리서치업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알리페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0.4%에 달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가오펑어드바이저리의 매티어스 헨드릭스 매니징 디렉터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중국 기업가들은 상호 보완적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 또는 산업간에 파트너십 체결, 인수와 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능숙하다”며 “이런 생태계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으로 도약하거나 고객 경험을 더욱 완벽하게 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리페이도 알리바바 생태계의 일부분이다. 알리바바는 1999년 B2B(기업대 기업)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으로 핵심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알리 클라우드 컴퓨팅), 엔터테인먼트 사업, 금융 생태계(앤트파이낸셜) 등으로 확대했다”며 “이 생태계 내에서 많은 기업이 알리바바의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 부사장을 역임하고, ‘알리바바 세상’이라는 저서를 펴낸 포터 에리스먼은 “중국에서 2000년대만 하더라도 고객들은 주택 임대료를 지불하기 위해 은행에서 45분을 기다려야 했다”며 “그러나 이제 중국 고객들은 은행에 갈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송금 결제 대출 투자 보험가입 등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어바오는 핀테크 분야에서 알리바바가 구축한 생태계가 어느 정도의 위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2013년 6월 온라인 MMF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고객의 알리페이 계정에 남아 있는 여유자금을 투자한다는 신개념의 이 MMF는 출시한 지 18개월 만에 1억5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운용자산은 930억 달러(약 108조5300억 원)에 달해 세계 4위 MMF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핀테크 지배자가 된 앤트파이낸셜에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다. 앤트파이낸셜은 지난해 4월 45억 달러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IT 기업의 단일 자금조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로 평가받아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620억 달러)에 맞먹게 됐다.

알리바바는 중국 핀테크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해외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은 지난달 말 미국 송금전문업체 머니그램인터내셔널을 8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머니그램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1940년대 트래블러스익스프레스의 자회사까지 뿌리가 닿으며 현재 200개국 35만개 은행과 상점 등에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구축을 추진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어 머니그램의 송금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앤트파이낸셜의 글로벌 사업 담당인 더글라스 피긴 선임 부사장은 “특정 국가에서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지만 머니그램 네트워크가 가진 기회는 어마어마하다”며 “특히 머니그램은 단일 송금 경로에 의존하지 않고 중동에서 인도,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결제망이 연결된 것이 매력적”이라고 낙관했다.

앤트는 최근 인도와 태국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또 지난달 23일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과 제휴를 맺어 약 1만3000개 로손 매장에서 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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