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행정 명령에 대해 교황청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오 쿠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트럼프 정책 행보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발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교황청 국무 부장관을 맡은 안젤로 베치우 대주교는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카톨릭방송인 TV2000과의 회견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의 전달자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분명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공약에 대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합할 것을 누차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치우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장관에 이어 교황청 서열 3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2월 멕시코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신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였던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에 대해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이 행정명령은) 조속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목적이 테러리스트의 미국 유입을 막으려는 것이라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엔 수장이 유엔 활동의 최대 기여국인 미국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날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미국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국경을 관리하는데 종교와 인종, 국적과 관련한 차별은 포함하면 안 된다”면서 “난민 보호를 위한 국제 체제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트럼프 행정명령을 겨냥해 비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활동하는 특별보고관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성명을 냈다.
트럼프에 우호적인 테리사 메이 영국 메이 총리도 이날 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이 옳지 않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비판적인 언급을 피했던 메이 총리가 이처럼 언급한 것은 국제 여론이 악화하면서 트럼프를 감싸기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고 이란, 예멘 등 7개국 여권 소지자의 입국을 90일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