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2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계획 백서(white paper)를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이 백서에서 영국의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의 철수 등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재확인시켰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브렉시트 백서는 지난달 메이 총리가 연설을 통해 제시한 12개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내용을 보강했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전략의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는 걸 꺼렸으나 여야에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같은 백서를 내놓게 됐다. 3월 상순께 EU에 브렉시트를 통보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EU 탈퇴와 새로운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백서는 총 77쪽 분량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17일 연설에서 단일시장 이탈과 이민 제한 및 사법권 회복, EU와의 방위 협력 지속 등 탈퇴 협상을 위한 12개 원칙을 발표했다.
백서에서는 이 12개 원칙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보강했다. 백서는 “영국과 EU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장벽 없는 교역 확보를 우선순위로 할 것”이라며 “EU 단일시장 회원국 지위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신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과 새로운 관세협정을 포함해 EU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고 적었다.
특히 백서는 세계 금융의 허브로서 금융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EU 전체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영국 금융 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EU 시장과 최대한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백서는 영국의 무역 데이터와 용어 설명 등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아울러 브렉시트 통보를 향해 의회 승인을 얻기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도 피력했다.
한편, 메이 총리가 3월말까지 EU에 탈퇴를 통보하기 위한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 하원에서는 1일 밤, 찬성 다수로 브렉시트 통보 법안(유럽연합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은 다음주 하원 상임위원회 추가 심의를 거쳐 8일에 하원을 통과할 전망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달 하순부터 상원에서 심의가 시작될 전망이어서 영국 정부는 3월 7일 법안을 통과시킬 셈이다. 이후 3월 9일 브뤼셀에서 개막하는 EU 정상회의에서 탈퇴를 알릴 계획이다.
다만 상원에서는 여당인 보수당의 의석이 과반에 못미쳐 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나오는 등 심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심의가 장기화하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여론의 반발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늦어도 3월 중에는 EU에 탈퇴 통보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