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대출’ 위기 맞은 하나은행… 특검ㆍ검찰 동시 수사

입력 2017-02-03 14:44 수정 2017-02-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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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朴대통령→안종범 경제수석→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하나금융지주 … 이상화 본부장 ‘승진특혜 연결고리’ 찾기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사진제공=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사진제공=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이 검찰에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까지 동시에 받게 됐다. 하나은행은 ‘비선 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 대한 외화대출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 통합은행 출범 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3일 사정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상화(55) 하나은행 본부장은 최근 특검에 수차례 소환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며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지점장급) 근무 당시 정 씨에게 대출을 해준 이후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한 달여 만에 신설된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해 “최 씨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특검은 이 본부장으로부터 “최순실이 승진을 도와준 걸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1월 7일 자로 독일법인장에서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발령 나는데, 그 다음 달인 2월 새로 만들어진 자리인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간다. 후임 삼성타운 지점장은 같은 해 7월이 돼서야 왔다. 주요 지점의 책임자를 6개월가량 공석으로 둔 것도 의아하지만 갑작스런 인사와 조직개편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제기돼왔다.

특검은 확보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이 씨의 이름이 발견된 점에 비춰 최 씨의 부탁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그의 승진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또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의사를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4ㆍ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통해 하나금융에 전달한 정황도 확보했다. 특검은 이미 정 전 부위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마친 상태다.

조만간 특검은 이 본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려고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특검은 회장을 소환하게 되면 이 본부장 승진과 관련한 정 전 부위원장의 구체적인 요청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회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나 최 씨의 개입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하나금융그룹 2016년 실적 현황.(자료제공=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2016년 실적 현황.(자료제공=하나금융지주)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검찰 역시 정유라 씨가 하나은행으로부터 수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하나은행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씨는 2015년 12월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당시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보증신용장을 발급받아 외환은행 독일법인에서 24만 유로를 0% 후반대 금리로 대출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최 씨 소유의 은행 예금을 담보로 14만5000유로를 빌리는 등 총 38만5000유로(약 4억8000만 원)를 하나은행에서 빌렸다.

정 씨는 이렇게 빌린 돈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인 명의 주택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 ~ 10월 하나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하던 중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 씨 대출 과정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섰다.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마친 후 정 씨의 대출 금리가 독일 현지 은행에선 일반적인 수준이며, 보증신용장 발급도 외환거래규정에 따라 한국은행에 신고를 마치는 등 절차를 어긴 부분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학생인 정 씨가 일반 은행 고객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점과 정 씨 거래를 담당했던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귀국 후 승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금감원은 조사 결과 하나은행이 외화대출을 받은 정 씨가 외국에 실제로 거주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을 찾아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나은행은 특검 수사와 언론 취재가 압박해오자 이 본부장에게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피신시키는 등 조직적 비호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는 통합 시너지에 힘입어 작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번 ‘최순실 암초’를 만나면서 신뢰도와 함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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