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평 순위 10위권 내 대형건설사들이 올 안에 갚아야 할 회사채 만기물량이 3조 원에 육박해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회사채 발행의 어려움을 더욱 키우고 있다.
6일 건설업계와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시평 순위 10대 건설사 만기 회사채 규모는 모두 2조8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삼성물산 만기 회사채 2800억 원이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주요 건설사 회사채 상환이 줄줄이 시작된다. 다음 달만 해도 삼성물산에 25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추가로 돌아오고,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도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등 1분기에 돌아오는 만기 물량만 8300억 원에 달한다.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기업은 계약기간에 따라 일정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한다. 통상 건설사들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차환 방식으로 상환해 왔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업종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금으로 상환하면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자금 유동성이 줄어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4년 연속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액이 만기액보다 적은 상황이다. 즉 차환보다는 현금 상환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 지난 3일 회사채 만기를 맞은 삼성물산만 하더라도 현금상환을 택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만기가 가까워지는 회사채에 대해 가능하면 차환을 할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경우 현금 상환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함께 신용등급이 AA+로 건설업계에서 가장 좋다. 하지만 삼성물산마저 만기 회사채를 차환 발행 대신 현금 상환을 택하면서 다른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더욱이 대우건설 제무제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금융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신평사들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GS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상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건설업은 해외, 국내 모두 여의치 않다는 전망이 우세해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들의 경우 차환, 현금상환 모두 여의치 않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