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의장 “트럼프, 英 의회 연설 반대”

입력 2017-02-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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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선을 넘었다”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기도 전에 영국 의회로부터 의회연설 보이콧을 당했다. 영국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의사당 내 상·하원 합동연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하원 의사 일정을 진행하는 도중 의원들에게 “외국인 지도자의 상·하원 연설은 자동으로 부여되는 권한이 아니다”면서 “받을 만한 이가 얻는 영예”라고 말했다. 버코우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웨스트민스터홀 연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 국적자 미국 입국 일시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자 영국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더라도 의회 연설은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 초청되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650명 의원은 163명이 서명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지칭해 “이민 금지 시행 이전에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웨스트민스터 홀 상·하원 연설에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고 이민 금지 시행 이후에는 훨씬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하원 합동연설 장소인 의사당 내)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을 요청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의 관계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나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매우 강력히 반대하며 법 앞의 평등과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하원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커우 의장의 발언에 의회 장내에서는 박수 갈채가 나왔다. 영국 의회에서는 좀처럼 드문 일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영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나 구체적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하원의장의 개입이 “매우 정치적이고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영국에선 트럼프의 국빈 방문의 형식을 여왕의 초청을 받는 국빈방문이 아닌 총리를 상대로 하는 공식 방문으로 격을 낮춰달라는 하원 온라인 청원에 170여만 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트럼프의 국빈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이를 거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이후 109 차례의 국빈 초청이 이뤄졌으며 그중 26명만이 웨스터민스터 홀에서 연설을 했다.

한편 일간 가디언은 총리실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에 관심이 없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의회 연설은 “지극히 기성 정치다운” 행동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해온 것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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