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환율전쟁 거세지나…중앙은행들 딜레마 커진다

입력 2017-02-08 09:18 수정 2017-02-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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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외환보유액이 6년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 달러 선을 무너트리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본 통제를 위한 중국 당국의 백약처방이 무효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환율전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 시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7일(현지시간)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123억 달러 감소한 2조9982억 달러(약 3433조원)였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3조 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세는 지난해 6월부터 이어져왔다. 중국 정부는 그간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려고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달러를 대거 팔고 위안화를 사들여왔다. 그럼에도 1월에도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한 건 중국 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계속해서 외환보유액을 끌어다 썼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난달 중국 춘제(春節·구정) 연휴 기간이 겹치면서 시중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그동안 외환보유액 3조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이를 사수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3조 달러 선이 무너지면 위안화 추가 약세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3조 달러 붕괴를 어느 정도 용인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조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굳이 관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과 함께 여전히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이 2조6000억~2조8000억 달러라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3조 달러 붕괴는 달러·위안 환율의 7위안 선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만약 7위안 선이 무너지면 가뜩이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하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국들을 비난하며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 재무부가 4월 발표하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관련국들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고민이다.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환보유액 급감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인민은행의 고민이 특히 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유동성 문제를 유발하지 않고 자산 버블을 잡으려는 인민은행의 행보가 한층 더 까다로워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의 규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인민은행은 7일까지 4거래일 연속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보류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금경색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당장 원화 값 급등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중국의 외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감시 사정권에 있는 탓에 미 재무부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파는’ 시장 개입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1200원대에서 최근 1137원까지 뛰었다.

유럽에서는 유로 약세의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트럼프가 유로 약세에 대해 비판하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5일 유로화 약세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해온 유럽중앙은행(ECB)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우리 통화 정책은 유로존과 미국 경기 변동에서 다양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며 ECB 책임론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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