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로 굳어진 구제역이 올해도 어김없이 발병하면서 막대한 국민 세금이 지출되고 있다. 방역당국의 농가 관리체계를 근본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구제역은 올해까지 8차례 발생했다. 지난해까지 살처분 보상금과 수매, 소독 등에 소요된 재정은 3조3192억 원에 이른다.
특히 돼지 330만 마리가 몰살되며 구제역 파동이 일어난 2010 ~ 2011년에는 재정 소요액이 2조8695억 원, 보상금만 1조9067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혈세가 새고 있음에도 방역당국인 농식품부는 구제역 발생 원인을 △농장주의 구제역 발생지역 여행과 △외국인 근로자 관리 소홀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서 사육 중인 소의 구제역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이 97%에 이른다는 발표와는 달리 젖소와 한우 모두에서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항체 형성률이 충북 보은 젖소농장은 19%, 전북 정읍 한우농가는 5%로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소 항체 표본검사가 전체농가의 8 ~ 10%로 충분한 수준이지만 구제역 발생 농가는 극히 예외라는 입장이다. 농가에서 소를 선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농장 단위 검사에서 누락되는 농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 50마리 이하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에는 정부에서 백신을 100% 지원한다. 반면 그 이상 규모의 전업농에는 50%만 지원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하락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또 농가가 자체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이를 신고하는 시스템이어서 통계 수치와 현실 간 괴리가 큰 실정이다.
이에 일정한 시기를 정해 백신을 일제히 접종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신은 송아지 생후 2개월과 3개월 때 맞춘 뒤, 6 ~ 7개월 주기마다 접종해야 항체가 유지된다.
때문에 구제역이 주로 겨울에 발생했던 점을 감안해 10월과 이듬해 4월 백신을 일괄접종한 뒤 혈청을 검사해 항체 형성률을 파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국 소 일제접종 시 비용은 1년에 107억 원(마리당 1700원씩 2회, 314만 마리) 수준으로 구제역 피해에 들어가는 재정에 비해 미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