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럽고 풀리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일까? ‘혼술족(族)’이 늘고 있다고 한다. ‘혼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술뿐 아니라, 밥도 혼자 먹고 영화도 혼자서 보고, 심지어 노래방도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로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현상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李白, 자가 ‘태백太白’이어서 흔히 이태백이라고도 칭한다)의 시 가운데 혼자 술을 마시는 정황을 읊은 게 있다. ‘월하독작(月下獨酌)’, 즉 ‘달빛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며’라는 제목의 시이다. 꽃 사이에 술 한 동이를 차려놓은 이백은 함께 마실 친한 사람이 없자 술잔을 들어 달을 맞아들인다. 그랬더니 달이 그림자를 데리고 와서 자신과 달과 그림자. 셋이서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거배요명월(擧杯邀明月) 대영성삼인(對影成三人)’이 바로 그런 상황을 표현한 구절이다.
그러면서 이백은 내가 노래를 하면 달은 하늘에서 내 노래에 맞춰 움직이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는 나를 따라 요동을 치며 더불어 춤을 춘다고 했다. 혼자서 술을 마시는 외로움을 피하려 주변의 모든 것을 친구로 끌어들인 달관의 경지이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외로움을 피하려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원하여 외로움 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고, 싫어서 혼술을 마시고 혼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서 노래방을 간다고 한다. 슬픈 현실이다. 이미 혼자 사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므로 이런 현실을 슬프게 여기는 것 자체를 더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그 안에 깔깔댈 거리도 많고,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담 없이 헤어지면 되는 친구들이 쌔고 쌨기 때문에 사실상 외로울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외로울 일이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