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 유세에서 중국, 멕시코와 더불어 일본을 맹렬히 공격했다. 또 취임 이후에도 일본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실 그는 30년 전부터 일본을 싫어해왔으며 그런 관점이 변한 것 같지 않다고 8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1989년 당시 인기 TV 토크쇼였던 ‘모튼 다우니 주니어 쇼’에 출연해 “외국이 미국의 자산을 빼가고 있다”며 “자유무역은 없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다”고 강조했다. 약 30년이 지난 후에도 트럼프의 논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CNN머니는 꼬집었다. 특히 당시 트럼프가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주장하던 외국은 경제 최전성기를 달리던 일본이었다. 일본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함께 미국의 상징물로 간주되던 빌딩들을 사들이는 등 잘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지에서 경계심도 극대화됐다.
이후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지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에서 ‘일본 경계론’이 사그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트럼프의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CNN머니는 지난 미국 대선 유세 과정에서 나온 트럼프의 ‘일본 때리기’를 소개했다. 트럼프는 2015년 8월 한 선거유세에서 ‘깨진 영어(broken English)’를 사용하며 빈정거렸다. 그는 “일본, 중국인들과 협상할 때 그들은 사무실로 들어와 날씨가 어떤지 등 부드러운 화제를 나누지 않고 바로 ‘우리는 거래를 원한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당시 마이크 혼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공격적인 패러디’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같은 달 열린 다른 유세에서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가 주일 미국대사로 캐롤라인 케네디를 임명했던 것에 대해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하면서 “케네디는 아베, 그리고 다른 살인자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식사를 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는 트럼프가 아베와 일본 정부 관리들을 무자비한 협상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지만 중요 동맹국 관료들을 지칭하는 말로는 부적절하다고 CNN머니는 꼬집었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미국을 죽이는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한 유세에서는 “중국과 멕시코, 일본 모두 우리의 일자리를 강탈하고 있다. 바로 미국에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아이오와 주 유세에서는 “미국이 일본과 안보조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우리는 총력으로 일본을 방어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공격받으면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앉아 소니 TV나 보고 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그 자신의 비판적 태도에도 아베가 접근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아베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를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이다.
그럼에도 취임 이후 트럼프의 일본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는 환율정책과 자동차 무역을 목표로 삼아 직설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