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4년 만에 ‘1조 클럽’ 재진입한 현대중공업, 올해 수주가뭄ㆍ노사갈등 첩첩산중

입력 2017-02-09 19:31 수정 2017-02-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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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조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4년 만의 ‘1조 클럽’ 재진입이다. 하지만 희망퇴직과 설비 감축에 따른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란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수주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분사를 둘러싼 노조 갈등도 심화하고 있어, ‘업계 맏형’의 실적 우려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영업이익 1조641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39조3173억 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은 6823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수주 가뭄 속에서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고른 실적을 거뒀다. 3사 영업이익만 7100억 원에 달한다. ‘효자’ 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해양플랜트 부문도 야드 과밀화를 해소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흑자로 돌아섰다. 분사를 앞둔 건설장비, 전기ㆍ전자 등의 부문에서도 지속적으로 원가 절감을 벌여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문제는 이런 흑자가 희망퇴직, 설비 감축 등 비용 절감을 통해 비롯됐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많지 않다. 현대오일뱅크의 이익 기여도는 60%가 넘는다.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살아나고 있지만, 올해 수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발주량은 2050만CGT로 최저점인 2016년(1117만CGT) 대비 8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2011 ~ 2015년 평균(4204만CGT)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노르웨이 탱커선사인 DHT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해 간신히 마수걸이했다.

일감 부족은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9% 줄어든 1조3708억 원으로 추정된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역시 부담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3일 이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금속노조와 함께하겠다는 노조 측 요구를 사측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사측은 명백한 교섭 해태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전일 울산지방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4월 1일로 예정된 현대중공업 분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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