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규명해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뇌질환 가운데 하나인 조울증은 병태생리와 원인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그동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었다.
조울증은 뇌의 신호전달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PLCγ1(피엘씨감마원)이 기능이상을 일으킬 때 조울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을 울산과학기술원(서판길 교수)과 포항공대(김정훈 교수) 공동연구팀이 규명해 냈다. 연구팀의 성과는 지난달 31일 정신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몰레큘러 싸이키아트리’에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피엘씨감마’는 울산과기원 서 교수가 약 10년 전, 세계 최초로 뇌에서 분리정제한 단백질이다. 여기에 5년 전, 포항공대 김정훈 교수팀이 합류하면서 이번 결실을 일궈냈다.
포항공대 연구팀을 이끈 생명과학과 김정훈 교수는 차분하면서 뚜렷한 어조로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조울증은 흔히 말하는 조현병 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알려진 ADHD 등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지만 뚜렷한 차이를 지닌다.
뇌의 신호전달 단백질의 기능 이상 연구는 실험쥐를 통해 이뤄졌다. 김 교수에 따르면 행동과 관련해 사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실험쥐가 조울증에 걸리면 사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른바 ‘과대망상’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도 하는데 ‘실험쥐의 과대망상’을 증명할 수가 없지 않는가. 결국 행동으로 조증인지 울증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즉 조울증에 걸린 실험쥐는 어떤 행동을 보였을지 궁금했다.
“일단 실험쥐가 조증을 보일 때에는 활동성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또 빨라진다. 특히 먹는 양도 많이 늘어나는데, 그런데도 너무 활동량이 많다 보니까 체중은 늘어나지 않게 된다. 울증 현상이 시작되면 거꾸로 행동이 많이 줄어들고 먹는 것도 평균보다 줄어든다.”
이제 막 김 교수의 연구성과가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치료제가 등장하기까지 가야 할 길도 멀다. 김 교수는 임상을 거쳐 실제 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단계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공동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PLC(단백질) 연구 수행을 통해서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해당 단백질의 기능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아가 연구성과들이 질병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