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시장 참여를 금지했더니 하루짜리(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에 몰렸다.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단기금융시장에 관한 법률 제정 방향’에 대해 당국의 한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이번 규제 개선방안에는 익일물 수요를 만기가 다양한 기일물로 돌리기 위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RP시장 참여자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2015년부터 증권사의 무담보 콜시장 참여를 금지하고 RP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그러자 익일물 RP로 쏠림이 나타났다. 익일물 RP는 국공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음날(익일) 바로 갚는 하루짜리 거래다. 신용경색 리스크 발생 시 담보를 하루 만에 매각해 상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기 쉬운 구조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일임계약에 따른 운용자금을 RP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기일물 RP 거래를 유도할 계획이다. 자금중개사의 중개 대상을 확대해 연기금과 공공기관도 RP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증권금융에 한해서는 금지된 콜운용·차입을 기일물 RP거래 실적에 비례해 허용해 시장조성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기일물 수요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자금이 필요한 경우 대부분 익일물로도 충분히 조달된다”고 말했다.
기일물 RP 시장조성을 위한 부담을 증권사만 지는데 대한 불만도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RP 매도 규모는 각각 28조 원과 18조 원으로 전체의 약 50%와 30%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시장조성기능은 대체로 증권사에 몰려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콜 시장을 열어달라고 주장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조건이 유리한 콜 시장을 다시 열어주고 금융당국이 리스크 점검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며 오는 6월 국회에 제출될 ‘단기금융시장법 제정방안’에 제2금융권의 콜거래 참여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비율을 강제하기보다 기일물 RP 수요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뒷받침한 것”이라며 “자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내는 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부작용이 적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