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같은날 오전 10시에는 박상진(64)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황성수(55) 전무도 특검에 출석한다. 특검은 세 사람을 상대로 뇌물공여 혐의에 관해 추가 조사한 뒤 이번주 중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 수사에 공을 들였다. 특검은 삼성 합병 직후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처분해야 하는 주식수를 공정위가 절반 가량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영장 기각 후 3주간 조사를 했고, 그 사이에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해 이 부회장을 소환해서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에는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이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특검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면조사는 특검이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정해서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우선적으로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압 수사를 주장하며 특검 조사를 거부하던 최 씨는 지난 9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발적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한편 특검은 지난 9일 대면조사가 무산된 후 청와대와 이렇다 할 접촉이 없는 상태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공문 등을 먼저 보내는 것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방식, 시기 이런 부분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실패 한 후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법에 어긋난다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그룹 현안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를 무사히 해결하는 대가로 최 씨 일가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의 출연금을 냈고, 최 씨 조카 장시호(38)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했다. 또 최 씨 모녀의 독일회사인 코레스포츠와는 220억 원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