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트럼프 비판은 잘못…중국ㆍ일본 아닌 한국ㆍ대만이 환율 조작”

입력 2017-02-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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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환율전쟁 대상 바뀌면 디스플레이 등 산업서 무역에 큰 영향 미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일본이 자국통화 가치를 낮춰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공세를 펼쳐왔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2011년부터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며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최대 과제다. 오히려 한국과 대만, 일부 측면에서는 싱가포르가 환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만일 트럼프가 우리나라나 대만 등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보다는 경제규모가 작은 환율조작국을 주목하기 시작한다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에서 지역과 전 세계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 시절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내가 유일하게 아는 사실은 한국과 대만이 자국통화 평가절상을 끊임없이 막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나 대만 모두 외환시장 개입을 분명하게 선언하지 않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거래 데이터나 특정시간에서의 시장 움직임을 통해 정부의 개입을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환시 개입에 따른 경제적 결과는 분명하다고 FT는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8%에 육박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3%에 불과하다. 대만은 그 비율이 15%에 이르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19%로 한국, 대만보다도 훨씬 높다. 이는 이들 세 나라가 외국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저평가된 통화와도 관련 있다고 FT는 풀이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윌리엄 클라인 선임 연구원은 “대만과 싱가포르 통화의 실제 환율이 공정한 가치에 이르려면 각각 26%, 28% 평가절상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의 경상흑자 합계는 지난 2015년에 2390억 달러(약 275조4700억 원)로, 일본(1350억 달러)보다 더 많았고 중국의 3300억 달러에 약간 못 미쳤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레이더들은 한국과 대만 당국이 트럼프 새 정부와 충돌을 피하고자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 1월 이후 원화와 대만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올랐다고 분석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한 미국 재무부의 기준은 자국과의 무역에서 200억 달러의 흑자, GDP 대비 3%의 경상흑자, 최근 12개월간 외화 매입이 GDP의 2% 이상일 것 등 세 가지다. 지난해 10월 재무부 평가에서 한국은 세 번째, 대만은 첫 번째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우리나라와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를 원한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한국과 대만은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문제 처리에 있어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지위를 갖고 있어 미국 정부는 항상 한국과 대립하는 것보다 경제적 유대관계를 심화시켜 왔다고 FT는 분석했다. 또 대만은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국제적 플랫폼에 속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으면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트럼프 정부가 정말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경제에 종속시킬 것인지 확인할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동아시아의 환율 조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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