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음용수와 음료수

입력 2017-02-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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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은 음용수(飮用水)와 음료수(飮料水)를 같은 말이라고 하면서 음용수는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풀이하고, 음료수는 ‘갈증을 해소하거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마실거리’라고 풀이해 놓았다. 음료수라면 다 음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음료수와 음용수를 같은 말로 볼 수도 있지만, 음용수라고 해서 다 맛을 즐길 수 있는 마실거리는 아니니 음용수와 음료수를 완전히 같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갈증을 푸는 원초적인 요소는 물이다. 통상적인 음료수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청량음료라고 하는 것들은 그것이 갖고 있는 짜릿하면서도 단맛 때문에 매우 강력한 갈증 해소제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결코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갈증을 더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갈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짜릿함과 단맛이 아니라, 그 맛 뒤에 무미, 무색, 무취로 자리하고 있는 맹물이다. 철이 난 사람은 이 점을 안다. 그래서 갈증이 날 때에 오히려 맹물을 찾는다.

그러나 철이 안 난 어린아이는 맹물보다는 짜릿한 청량음료를 달라고 떼를 쓴다. 마찬가지로 철이 난 학자나 예술가는 맹물같이 담담하면서도 정신적 갈증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학문과 예술을 하고, 철이 안 난 학자나 예술가는 청량음료 같은 짜릿한 학문과 예술을 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의 학문이나 예술이 맹물처럼 맛이 없으면서도 진지한 기쁨을 추구함으로써 정신적 갈증을 풀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대중화라는 미명 아래 자꾸 청량음료와 같은 짜릿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끌려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청량음료를 마시더라도 물을 먼저 알고 마셔야 할 것이다. 물은 근본이다. 하나와 둘이라는 근본을 챙기는 일이 조금 불편하고 더디다고 하더라도 그 하나와 둘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 철난 사람의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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