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정착되면…미리 가 본 2025년

입력 2017-02-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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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보수 줄입시다”… 주주제안 제목소리 낸다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국내 시장에서 열 손가락 안에 겨우 드는 A자산운용은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감축, 배당 확대’ 주주제안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거대 외국계 헤지펀드도 아니고 삼성 같은 대기업의 운용자산을 받아 영업하고 있지만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못마땅하지만 기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시장의 당연한 풍토가 된 상황에서 이번 주주제안에 대한 보복으로 위탁 자산을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착되면 이 같은 풍경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 14일 금융위원회는 연기금의 위탁자산을 운용할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수년간 정체된 국내 증시에 해외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201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반대의결권 행사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보험사는 0.7%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럽 2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APG자산운용이 20.8%나 반대표를 던진 것과 비교된다. 또 지난해 외국계 자산운용사 11곳이 국내에서 행사한 반대의견 비중이 23.8%라는 점에 비춰 6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받아 영업하는 국내 운용사들이 ‘쓴소리’를 했다가 자칫 자금을 뺏길까 눈치보는 행태가 오랜기간 자리잡아 온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에 비해 오너 경영체제가 많은 국내 시장에서 주주들이 경영 사항에 대해 따지는 것도 ‘지나친 참견’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은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착되면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 행사와 적극적 주주제안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도한 이사 보수를 깎거나 배당을 늘리고 무리한 신사업 진출에 근거를 요구하는 등 주주들이 ‘주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게 된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은 자체적인 의결권 정책을 제정하고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찬성이나 반대표를 던진 내역과 그 이유도 밝혀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가 강제성 있는 법률 조항은 아니지만 일단 기관들이 도입을 하면 소극적으로라도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 때문에 운용사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이 최소 5~6%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예정기관 간담회’에서 “박스피(코스피+박스권) 탈출을 위해서라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해도 들은 체 만체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게 되면 단기 투자자금이 장기로 바뀌는 등 시장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이 같은 제도 도입 이후 달라질 갑ㆍ을 관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 IR 담당자는 “지배구조가 불안정하거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와의 접촉이 늘게 되면 미공개정보가 새 나가거나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상관없이 무리한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당분간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8개 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올 하반기 중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정작 위탁 운용사 선정 시 인센티브를 검토해야 할 국민연금이 도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이 나서주지 않는 한 작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눈치를 봐가면서 먼저 제도 도입을 하기 어렵다”며 “현재 스튜어드십코드 이행과 관련한 세부사항도 두루뭉술해 앞장서서 도입한다 해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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