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국경세 공포… 도입되면 韓기업 대미 수출 치명타 예고

입력 2017-02-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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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 가격 인상폭 미국차 10배… 멕시코 생산량 높은 가전·휴대전화 ‘관세 폭탄’ 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통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국경조정세(BAT·Border Adjustment Tax)’ 도입을 적극 시사했다. 글로벌 경제는 물론, 한국의 수출산업에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 중이라며 도입을 가시화한 국경조정세는 미국 기업들의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세제 개편안이다. 미국 기업들의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대신 해외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등에 대한 비용 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수출 판매로 인한 매출액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소매업체 및 완성품 제조업체들은 타격을 입지만, 수출 기업은 이익을 얻게 된다.

유럽연합(EU)은 WTO(세계무역기구) 카드까지 꺼내들며 경고에 나섰다. 만약 EU의 미국 WTO 제소가 현실화되면 WTO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분쟁이 불가피해진다. 국내 상황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GDP(국민총생산)의 1% 이상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韓 자동차 가격인상폭, “미국차의 10배 될 수도” =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현지 시장에서 현대차의 가격 인상폭은 미국차의 최대 1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바움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가격이 약 8% 오르고, 연간 판매는 200만 대가 감소할 것이라는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가격 인상폭은 1대당 2704달러로, 제네럴모터스(GM)의 995달러나 포드(282달러)보다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9.6배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리 차의 가격경쟁력은 하락하는 이중고를 앞둔 셈이다.

코트라(KOTRA)는 ‘미국 국경조정세 도입 동향과 우리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 통계를 인용하며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법제화한다면 우리나라의 대 미국 주요 수출품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등 후폭풍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업계, 석화업계도 타격 불가피… 현지 생산도 검토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에 수출하는 가전을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국경세 도입에 따라 멕시코산 가전에 높은 관세가 매겨지며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 역시 중국 제품이 거세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며 선두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미국의 국경세 도입 시 아시아 지역의 산업 중 소비가전 및 전자제품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가전 및 전자제품 수출은 0.9% 감소할 전망이다.

국경조정세는 반제품에도 적용되는 만큼, 석유·화학업계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단 중국의 대미 수출 급감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국경조정세 도입 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10%가량인 460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또한 기아차 및 글로벌 완성차 업체 수요를 겨냥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GS칼텍스, SKC, 효성 등도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현 상황에 대해 적극 모니터링하며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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