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자산운용사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을 33억 달러(약 3조7754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1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향후 외부에서 공동 출자자를 모집해 최종적으로 자사 출자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비용은 회사 자금으로 조달하며 올해 하반기 중에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포트리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로 1998년 설립됐으며 부동산과 신용,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 자산은 7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인수가는 포트리스 A주당 8.08달러로 13일 종가에 38.6%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포트리스는 “이사회가 회사 매각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며 주주와 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쳐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인수 임박 사실을 전하면서 포트리스와 같이 사모펀드와 부동산 투자, 헤지펀드 등이 혼합된 대안기업이 높은 수수료와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를 요구하는 점 등에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저비용의 인덱스펀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이 압박을 받아왔다.
또 아시아를 비롯해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샨다그룹은 지난해 레그메이슨 지분 10%를 매입했으며 이를 15%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다이이치생명보험은 지난 2012년 야누스캐피털에 첫 투자했다. 지난해 영국 핸더슨그룹이 야누스를 인수하고 나서 다이이치는 지분율을 9%에서 15%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갑자기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IT와 통신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9월 영국 모바일칩 설계 업체 ARM홀딩스를 약 240억 달러에 사들였으며 2013년에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인수했다.
WSJ는 포트리스가 얼핏 보면 그동안의 소프트뱅크 행로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최대 자산 매니저 중 하나가 되겠다는 손정의 회장의 야망적인 장기 계획과는 부합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