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보강 수사를 통해 자신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으며,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 영장심사 기준을 고려해도 충분히 영장을 재청구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15일 밝혔다.
특검이 언급한 증거는 안종범(58)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등이다. '사초'로 불릴 정도로 상세하게 기록된 이 수첩들은 특검이 뇌물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다.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특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위법하게 수집된 수첩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직접 수첩내용을 확인하고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최근 안 전 수석의 비서관 A씨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39권의 업무수첩을 확보했다. A씨는 안 전 수석이 폐기하라고 건넨 수첩들을 청와대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가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범죄증거의 경우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고, A씨가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증거은닉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 씨가 공범 관계라는 사실을 증명할 차명폰의 존재도 특검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두 사람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을 공개했다.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압수수색 불승인처분 집행정지 신청' 1차 심문기일에서다.
특검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최 씨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한 휴대폰을 각각 한 대씩 보유하고 있었다. 특검은 국정농단의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인 이 휴대폰이 청와대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차명폰을 통해 57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직후 최 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까지인 9월 3일부터 10월 30일까지는 127회 통화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의심가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 씨를 통해 귀국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뇌물공여와 위증 뿐만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다만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 원으로 1차 때와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최 씨 모녀의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와 삼성이 컨설팅계약을 다시 체결한 정황을 확인했지만, 일단 계약이 처음 체결됐을 때를 기준으로 혐의 액수를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통해 결정된다. 특검은 피의자로 입건된 나머지 삼성 임원 3명의 신병처리는 이 부회장과 박상진(64)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영장심사 결과를 확인한 뒤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