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입력 2007-11-09 11:11 수정 2007-1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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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활개...국내 완성차 업계 위기로 다가오나?

바야흐로 수입차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4984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987년 수입차가 공식 수입되기 시작한 지 20년만의 일이다.

이러한 수입차 업계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사실 지난해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수입차 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의 4%선을 넘었으며, 5%를 넘긴 달도 수차례 있었다.

올 들어 나타난 변화는 더 이상 수입차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베스트셀러 판매 차종에서 감지할 수 있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혼다 CR-V(2991대)로, 이 차는 가격대가 3000만원 초반에서 중반에 불과하다. 옵션을 모두 고를 경우 4000만원에 육박하는 국산 SUV가 있음을 볼 때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또한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차값이 6000만원 이상인 차는 렉서스 LS460과 렉서스 ES350그리고 BMW528i 등 3차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2000만원 후반에서 4000만원 후반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3000만원대의 현대 그랜저가 베스트셀러 3위권을 나타내는 것을 감안하면, 수많은 고객이 국산차 대신 수입차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차를 갈망하는 젊은 고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차는 1위에 오른 혼다 CR-V 외에 인피니티 G35(3위), BMW 320(5위), 렉서스 IS250(6위),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8위), 푸조 307SW HDi(9위), 혼다 시빅 2.0(10위) 등이다. 모두 성능이나 스타일 또는 실용성을 강조한 중형급 모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입차의 증가는 단순히 점유율의 변화로 볼 일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완성차 업계에 큰 위협이 되며,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일본 소형차의 공략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한 미국 자동차 업계가 오늘날 위기에 빠진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대중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혼다가 국내 수입차 판매 빅3로 부상한 가운데, 얼마 전 한국닛산이 내년 가을께 닛산 브랜드를 선보인다고 공언한 바 있다. 토요타는 이미 수년전부터 한국 시장 조사를 마쳤으나 혼다와 닛산의 판매추이를 보고 언제든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도 대우자판을 통해 곧 상륙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역시 토요타다. 토요타는 혼다나 닛산과 달리 라인업이 다양하고 잔고장이 적어 일본에서도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룡 같은 기업이다. 웬만해서는 허점을 노출시키지 않아 언론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일도 드물다. 이런 토요타가 대중차를 선보이게 되면 상당수의 국산차 고객이 수입차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 윤대성 전무는 “이웃 일본의 경우를 볼 때 시장 점유율 두 자리 수까지는 순탄하게 넘어갈 것으로 보이며, 지금 추세라면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응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수입차와 비교하는 걸 꺼렸던 현대차는 최근 자진해서 수입차와의 비교시승회를 열고 있으며, 이는 미디어와 일반인들을 가리지 않고 있다. 또한 구입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쏘나타 이상의 차를 구입하면 수입차처럼 엔진오일 등의 교환 쿠폰을 증정하는가 하면, 베라크루즈 구입 고객의 경우 고급 영화관에 초대되는 등 이벤트에 참가하는 기회가 늘고 있다.

세계 시장의 추세나 현황으로 볼 때 수입차는 일정 수준까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일본처럼 탄탄한 자국 기업의 존재 하에 그런 추세로 넘어가느냐, 아니면 미국처럼 자국 기업의 기반을 흔들거리게 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느냐의 차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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