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폐발행잔액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5만원권 잔액 역시 8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전달대비 6조1276억 원 늘어난 103조5099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가폭으로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본원통화에서 금융기관들의 지급준비금을 뺀 것으로 가계 및 기업 등 민간에 풀린 현금 규모를 추정한 수치다.
권종별로는 5만원권이 4조1968억 원 증가한 79조9720억원으로 집계돼 최고 기록을 깼다. 월중 증가액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관련 뉴스
1만원권은 1조7198억원 늘어난 17조9645억원을 보였고, 5천원권과 천원권은 각각 1136억원, 928억원 늘어난 1조4598억원, 1조6217억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화폐발행잔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70년대 1조원 수준이던 화폐발행잔액이 50조 원대로 커지는 데는 약 30년이 걸렸지만, 50조에서 100조원까지 몸집을 불리는데는 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화폐 규모는 5만원권 등장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인 2000~2008년 사이 화폐발행잔액은 연평균 1~2조원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연평균 5조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까지 영향을 더했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2013년부터 시중에 풀린 돈은 급격히 늘기 시작해 연평균 증가 폭은 10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에는 직전 해에 비해 9조원 넘게 늘어난 화폐발행 잔액은 2014년 11조원, 2015년 12조원, 2015년 11조원씩 각각 증가했다.
5만원권 역시 2009년 발행 이후 연평균 6~7조원씩 늘었지만, 2013년부터는 11~12조원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에는 명절 효과까지 겹쳤다. 설날이 월말에 위치하며 5만원권과 1만원권 잔액이 모두 역대 최대폭으로 늘어난 반면 환수액은 6394억 원, 6605억 원으로 각각 1년, 2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앞으로도 시중에 풀린 화폐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기준 총 화폐발행 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7.26% 수준인데, 선진국과 비교할 때 고액권 비율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2014년 말 미국의 달러화 대비 100달러권 비중은 78.1%로 집계됐고, 일본의 엔화대비 1만원권 비중은 무려 91.7%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등장 이후 시장에서의 수요가 늘며 화폐발행 잔액이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선진국에 비해 고액권 비중이 낮은 만큼 5만원권 수요 확대와 함께 화폐발행잔액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