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탄핵시계] 질문으로 본 재판관 ‘심증’은

입력 2017-02-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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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결정에 참여한 재판관 8명 중 고검장 출신의 안창호(60·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을 제외하면 모두 고위 법관 출신이다. 판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을 심문하면서 은연중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법조인들은 이것을 ‘심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정황을 근거로 결론을 예측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련한 판사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재판에서 이길 쪽을 다그친다거나, 지는 쪽 얘기를 잘 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심을 맡은 강일원(58·14기) 재판관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조성 경위를 꾸준히 묻고 있다. 박 대통령 측 주장대로 청와대 문화 융성 기조에 따라 설립된 것이라면, 실무진에서 작성한 ‘설계도’가 있을 것이라는 게 강 재판관의 생각이다. 하지만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을 맡았던 안종범(58) 씨나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도 이러한 내용의 기안서를 제시하지 못했다.

흔히 ‘대포폰’으로 불리는 차명 전화기 사용 여부도 강 재판관이 중인들을 상대로 자주 던졌던 질문이다.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차명 차명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시인했다. 단순히 전화기 명의를 빌렸다는 불법이 문제가 아니라, 최순실(61) 씨 등 국정농단 의혹 당사자들과 따로 연락하는 수단이 존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장인 이정미(54·16기) 재판관은 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재판 진행에 집중하고, 개별적인 질문은 자제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지난달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이 추천한 인사도 실제 반영됐다고 했는데,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이 최 씨를 통해 추천된 인사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진성(60·10기)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에 관심이 많다. 이 재판관은 재판 초기 “2014년 4월 16일은 특별한 날로, 대부분 행적을 떠올릴 수 있다”며 이날 대통령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야당 추천으로 지명된 김이수(64·9기) 재판관은 변론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을 질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김 재판관은 “그렇다면 더 관리감독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청와대 보좌진이 강력하게 막아서 아예 그런 생각(국정농단)을 못하도록 해야지, 계속 문서도 보내주고 의견도 들으면 없는 사람이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지만 관리하듯 엄격히 관리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김 재판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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