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퍼즈더 미국 노동장관 지명자가 15일(현지시간) 불법 가정부 고용·최저임금 반대 등으로 논란 끊이지 않자 결국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CNN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최측근인 마이크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사임한 지 수일 만에 노동장관 지명자까지 낙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리더십 위기에 몰리게 됐다.
퍼즈더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하루 앞둔 이날 성명을 내고 “신중하게 숙고하고 가족과 논의한 결과 노동장관 내정자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노동부를 이끌어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지속가능한 번영의 길로 되돌릴 인물로 여겨준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 지명자 가운데 자진 사퇴나 상원 인준 실패 등으로 취임이 좌절된 사례는 퍼즈더가 처음이다.
미국 레스토랑 체인 CKE레스토랑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퍼즈더는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 확대 등에 반대해온 ‘반(反) 노동’ 성향으로 지명 당시부터 민주당 측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여기에 최근 퍼즈더가 과거 불법 체류자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 내에서 최소 4명에서 최대 12명의 인사가 퍼즈더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를 염두에 두고 동점 투표로 통과하려고 해도 최소 50표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상원에서 공화당이 차지하는 의석은 52석이고 민주당은 48석이다.
이날 퍼즈더의 자진 사퇴에 민주당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퍼즈더의 사퇴를 “미국 노동자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퍼즈더는 절대 노동장관 내정자가 돼서는 안 되는 사람이며,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이를 분명히 인정했다”고 말했다.
플린 보좌관에 이어 퍼즈더 지명자까지 낙마한 가운데 내각 인준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트럼프 정권의 인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반 득표가 똑같아 펜스 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에 가까스로 인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