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예능대선’의 두 얼굴

입력 2017-02-16 10:33 수정 2017-02-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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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jtbc ‘썰전’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jtbc ‘말하는 대로’의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TV조선 ‘강적들’의 남경필 경기지사, SBS ‘양세형의 숏터뷰’의 안희정 지사….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KBS ‘해피투게더’를 비롯한 지상파와 케이블TV, 종합편성 채널, SNS의 예능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대선 후보 출연을 섭외하고 있다.

대선 후보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이제 과열 양상마저 보인다. 방송사와 대선 후보, 양쪽에 모두 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선 후보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방송사에선 시청률 상승을 담보할 수 있고 대선 후보는 인지도와 친근감 제고, 이미지 전환 등을 꾀할 수 있다.

근래 들어 고비용 저효율의 길거리 정치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미디어 정치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선 후보의 예능 출연은 일상화한 풍경으로 굳어졌다. 예능 프로그램의 파괴력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안철수 전 카이스트 교수가 2009년 6월 17일 MBC ‘무릎팍 도사’의 단 한 번 출연으로 유명인사로 부상하며 정치에 입문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정치적 역할과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화제와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관심도에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압도한다. 재미로 무장한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정치인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보이는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소재 제한이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대선 후보의 가족 등 사적인 부분부터 정치철학, 지향 정책, 리더십까지 다면적으로 검증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 엔터테인먼트 정치 미디어의 총아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MTV ‘젊음과의 타운홀 미팅’을 비롯한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정책을 홍보해 국민, 특히 대학생 등 젊은층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국민과의 소통 기회로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출연에 목매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정치적 기능에 함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능 프로그램 장르 특성상 정치인의 능력, 정치철학, 국정 수행 능력 등 정치인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나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이미지 경쟁을 부추기고 일방적인 주장, 심지어 허위의 주장이 사실과 진실로 둔갑하는 폐해가 노출된다.

무엇보다 도덕성과 청렴성, 국정 수행능력, 국민과의 소통 능력을 비롯한 대통령의 자질 등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 희화화되고 웃음의 소재로 전락해 대선 후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게 해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간파한 것처럼 사람들이 미디어가 조장한 이미지를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인식하며 사는 현재 상황에서 더 그렇다.

미디어 환경과 정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정치적 역할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비롯한 예능 정치의 폐해가 크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2012년 1월 2일 SBS ‘힐링 캠프’에 출연해 소통과 진정성을 강력하게 역설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불통과 독선의 대통령으로 국정 마비까지 초래한 것은 대선 후보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폐해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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