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브렉시트의 승리로 전 세계가 고통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전세계에 가져온 폐해를 이같이 역설했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강연에서 “전 세계에 경제 포퓰리즘이 부상하면서 세계 경제가 제 기능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를 경제 포퓰리즘의 단적인 예로 꼽았다. 서민들의 고통을 직시하지 않고 국가 지도자들이 인기 영합주의에 편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포퓰리즘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같이 정립된 경제 철학이 아니다”라면서 “지도자들로하여금 책임을 지고 고통을 줄여달라고 호소하는 서민들의 울부짖음이 포퓰리즘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9년에 막을 내렸지만 여파는 계속됐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3%를 넘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 성장 속도도 대공황 이후 가장 더디다.
그린스펀의 말처럼 현재 세계는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긴장하고, 보호주의 속 무역 갈등이라는 난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무역 협정 틀을 깨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가 간 무역 갈등이 기업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공격’에 동조하면서 최근 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놓은 데 대해 새로운 행정명령으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미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기존 행정명령을 수정해 새로운 행정명령을 대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의 EU 탈퇴는 유럽의 극우주의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특히 오는 4~5월에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Frexit)’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EU 가입이 프랑스 경제에 불리하다며 프렉시트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