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총수 구속] 책임·투자·혁신 ‘주인 잃은 뉴삼성’… 최지성 중심 비상체제

입력 2017-02-17 10:03 수정 2017-02-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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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부재로 인사·조직개편 물론 신사업 투자·M&A 등도 표류…미전실 중심으로 경영대책 논의

“정말 설마설마 했는데… 지금은 참담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삼성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서울구치소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그룹 관계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접하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서초 사옥에 대기했던 미래전략실 관계자들 역시 참담함을 넘어 침통하고 절망적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그룹 경영이 마비상태가 될 것이라는 건 물론이고, 수만명 직원의 사기 저하도 불보듯 뻔할 것 같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아침, 출근을 위해 서초사옥 로비에 들어선 삼성 임직원들도 하나같이 무거운 분위기였다. 한 직원은 “눈 뜨자마자 이 부회장 구속 여부부터 검색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삼성 임직원 모두를 죄인 취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일이 손에 잡힐지 걱정”이라고 속내를 말했다.

오너 부재 사태가 일어난 삼성은 당장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 사안의 진행은 올스톱이다.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 등은 말할 필요도 없이 하염없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구상을 밝히며 내놓은 이사회 투명성 높이기 등의 각종 경영개선안도 기약을 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사옥 사무실에서 비상 대기하면서 밤샘 근무를 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수뇌부들은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곧바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를 약속했지만, 오너 부재 사태로 인해 한동안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별다른 방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지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가 꾸려질 전망이다. 미래전략실 3인방은 오너가 없는 삼성을 함께 이끌어본 경험이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사장단협의체 산하 브랜드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수행한 바 있다. 장충기 사장은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고, 당시 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각 계열사 사장단을 직접 조율했었다. 미전실 전략팀장인 김종중 사장 역시 전략기획실을 대체했던 ‘업무지원실’ 실장을 맡아 그룹 비상경영에 참여했었다.

다만 최 부회장과 장 사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룹 사령탑 역할을 꾸준히 이어갈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되,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꾸려 가겠지만, 신사업 투자나 인수ㆍ합병(M&A) 등 큰 결단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일선으로 복귀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의 역량은 당분간 이 부회장의 무죄 판결과 석방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결정 이후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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