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귀환’ 김훈 신작 소설 ‘공터에서’…“아버지의 시대가 그랬다”

입력 2017-02-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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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ㆍ군부독재ㆍ자본주의…두렵지만 달아날 수 없는 현실, 삶에 대한 작은 거점 돌아보게 해

▲소설가 김훈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공터에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소설가 김훈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공터에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공터에서’는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소설가 김훈이 5년여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공터에서’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상반기 출판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신간 중 하나로 꼽힌 만큼 ‘공터에서’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마씨 집안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을 마 씨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일본 강점기, 삶의 터전을 떠나 만주 일대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겪어낸 파란의 세월,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시간과 연이어 겪게 되는 한국전쟁, 군부독재 시절의 폭압적인 분위기,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운명,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 세상을 떠도는 어지러운 말들을 막겠다는 언론통폐합, 이후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찾아온 자본의 물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사건들을 마씨 집안의 가족사에 담아냈다.

김훈은 지난 6일 열린 ‘공터에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아버지와 내가 살아온 시대를 다섯 권 분량으로 쓰려고 했지만 내가 쓴 것보다 못 쓴 게 더 많아졌다. 아버지 세대에 대해 쓴다는 것이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저런 삶을 살아선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 작품을 쓴 동기다”라고 밝혔다.

▲공터에서/ 김훈/ 해냄출판사/ 1만4000원
▲공터에서/ 김훈/ 해냄출판사/ 1만4000원

그는 제목을 ‘공터에서’라고 한 데 대해서는 “공터라는 것은 주택과 주택들 사이에 있는 버려진 땅이다. 아무런 역사적인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할 만한 건물이 들어 있지 않은 것. 나와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를 나는 이제 공터라고 가정을 한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내가 이 가건물에서 산 것 같다. 지난번에도 광화문에 나갔다가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을 보고 ‘또 계속 철거되는 가건물 안에서 살아왔구나. 또 헐리겠구나 헐리겠어’하는 슬픔을 느꼈다. 공터라는 제목은 그런 나의 비애감과 연결돼 있는 제목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가는 마동수의 아버지인 마광수에 대해 “나의 아버지와 그 시대 다른 많은 아버지를 합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광수는 상하이에서 한인 망명자 자녀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해방과 함께 귀국하고 나서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떠돈다. 김훈은 부친 김광주에 대해 “아버지는 김구 선생과 관련된 독립운동가라고 볼 수는 없고 아버지가 그렇게 주장하고 다녀서 그렇게 알려졌다”라며 “나라를 잃고 방황하는 유랑청년 중 하나였다. 그 유랑의 모습이 내 소설에 그려져 있다”고 전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두렵고 무섭지만 달아나려 해도 달아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 자신이 어떤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를, 우리의 영혼을 쉬게 할 작은 거점이 어디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그럼에도, 김훈은 “희망이라는 것은 아주 조금밖에 말하지 못했다. 아주 사소한 것 속에 들어 있는 희망을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다가 미수에 그친 것 같았다. 그래서 참 미수에 그친 것이 너무나 사소하고 무력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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