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정국불안과 경제위기

입력 2017-02-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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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려대 총장

정국이 극도로 불안하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언제 어떤 선고를 내릴지 불투명하다. 이어지는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고 무슨 결과를 낳을지도 예측 불허다. 이 가운데 경제정책이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경제는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생명체다. 경제정책이 장기간 표류할 경우 경제는 생명력을 잃는다. 최순실 사태가 언론에 의해 처음 알려진 것이 지난해 10월 24일이었다. 촛불시위가 봇물처럼 터져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했다. 이후 정국은 탄핵 찬반 싸움으로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추진하던 경제정책들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

우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유명무실하다. 전체 외부감사 대상기업 중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30%에 달한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생계형 대출이 함께 늘어 총 부채 규모가 1300조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부의 마땅한 대책이 없어 기업과 가계의 동반 부도가 시한폭탄이다. 무엇보다도 대외 위기에 속수무책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세계경제가 무역 전쟁의 불안에 휩싸였다. 이렇다 할 정부의 대책이 안 보여 경제가 전의를 상실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역대 정권의 대형 정치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회에 제출했다. 분석 대상 정치사건은 노태우 정권의 수서택지 비리사건, 김영삼 정권의 차남 김현철 비리사건, 김대중 정권의 친인척 비리사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기각사건, 이명박 정권의 쇠고기 수입 반대 사건 등이다. 분석의 결론은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6개월까지 경제가 급속히 위축했다가 9개월 이후 서서히 회복한다는 것이다. 경제의 기반인 제조업의 경우 사건 전에 평균 7.2%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사건이 발생하자 성장률이 평균 4.8%로 하락했다. 이후 9개월이 지나 다시 평균 성장률이 5.2%로 올랐다. 이번 최순실 사태의 경우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경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타격을 받고 7월에 회복세로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정국불안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헌법재판소가 3월 중에 탄핵을 인용하면 5월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 새 정부가 출범한다. 또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내년 2월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에 따라 사회갈등이 다시 악화해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결과도 유사한 불안을 다시 낳을 수 있다. 실로 큰 문제는 경제가 이미 주력산업이 붕괴하는 구조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 무역전쟁이 우리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다. 따라서 정국불안이 해소돼도 과감한 내부 구조 개혁과 강력한 대외 위기 극복 대책이 없으면 경제 회생은 어렵다.

공정한 탄핵 판결과 올바른 대선으로 정국 불안을 한시라도 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 살리기를 서둘러야 한다. 정경유착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은 선결과제이다. 우리나라는 부패가 많은 나라다. 지난달 국제투명성기구(TI)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OECD 35개 국가 중에서 29위다. 이런 구조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를 막는 정경유착 개혁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부실한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혁해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을 무수히 일으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무역전쟁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어부지리를 얻는 경제 외교전략을 강구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경유착 개혁과 경제성장의 새로운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이는 차기 정부로 미룰 일이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정국 불안에 흔들리면 안 된다. 오히려 정경유착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국정을 소신껏 펴 정치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더불어 부실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해소, 무역전쟁 대비 등의 정책을 의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러한 순수 개혁정책을 정치중립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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