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데이비드 리 쉐이커 대표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 한국에는 기회될 것”

입력 2017-02-17 10:45 수정 2017-0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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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인재들이 한국에서 창업할 것”… 14세 때 사업 시작 ·“중졸 학력이 나의 전부 아냐”

▲데이비드 리 쉐이커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 대표는"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한국이나 인도와 같은 나라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데이비드 리 쉐이커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 대표는"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한국이나 인도와 같은 나라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민자 유입을 거부하는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 여파에 그간 해외 인재로 ‘IT 왕국’을 일궜던 실리콘밸리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이나 인도 등 IT 강국도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마찬가지. 미국 진출을 노렸던 IT 기업과 인재들의 발이 묶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제작 솔루션 서비스 스타트업 쉐이커(Shakr)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리의 생각은 다르다. “반이민정책은 인도나 한국과 같은 IT 강국에는 기회가 될 것이다.”

15일 서울 강남 쉐이커 본사에서 만난 리 대표는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과 탄탄한 IT 인프라 조건을 들면서 “한국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베스트 기업’과 IT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반이민정책으로 취업비자 제도가 축소되거나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게 된다면 한국이나 인도의 IT 인재들이 본국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H1-B(단기취업비자)로 실리콘밸리에 가려던 사람들이 (트럼프 정책으로) 미국에 가지 못하는 대신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리 대표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출입국에서부터 차별을 당해야 한다면 굳이 실리콘밸리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인도 방갈로르(‘벵갈루루’의 옛 이름)와 미국 주요 도시 사이에서 기회의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런 차이도 많이 줄었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이나 인도의 인프라가 많이 좋아져 창업 아이디어의 가치가 좋고 확실하다면 굳이 실리콘밸리가 아니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 기업을 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좋다면 제아무리 트럼프라도 그 수요까지 막을 수 없을 것이란 게 리 대표의 생각이다.

리 대표는 캐나다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13세 때 중학교 동창과 재미삼아 기업 간 물물교환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로 벤처회사 ‘애비니어(AVENIR)’를 차렸다. 프랑스어로 ‘미래’라는 뜻이다. 당시만 해도 전자상거래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때였다. 14세 중학생이 그린 미래는 유명 투자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캐나다 현지 방송에서 리 대표의 회사가 소개됐고, 이를 본 투자자들이 투자를 제안한 것. 이후 리 대표는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텍스에 회사를 매각했다.

캐나다 태생인 리 대표가 처음부터 한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첫 창업 이후 2004년 두 번째로 창업한 영상 과외 서비스 ‘튜토피아’를 시작했다가 실패했다. 2008년 휴식차 머물렀던 아일랜드에서 사용했던 영상회의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발단이었다. 수소문 끝에 해당 회사인 팰비 대표의 연락처를 알아내 직접 서비스 개선안을 제시하면서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그는 2년 동안 이곳에 몸담으면서 한국 벤처 생태계를 몸소 체험했다.

그 사이 기술 인프라나 인재들이 풍부한 한국에서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때 리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동영상 광고였다. 그는 “빠른 속도로 확산된 스마트폰 인터넷 환경에 걸맞게 이미 일반 대중 사이에 동영상 수요가 컸다”면서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보면서 ‘동영상 광고 제작 플랫폼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플랫폼의 타깃을 중소기업으로 잡았다. 인터넷 동영상 광고 대부분이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 홍보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에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광고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쉐이커였다. 쉐이커는 ‘누구나 간단하게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표방한다. 쉐이커에서는 다양한 테마의 영상 템플릿이 매주 업데이트되며, 웹브라우저 안에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5분 분량을 만들 수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수많은 동영상 광고가 소비되는 가운데 고객사가 간단하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쉐이커의 강점이다.

한국만큼 스타트업하기 좋은 데도 없다고 말하는 리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애정을 나타냈다. 그의 한국 사랑은 회사명에서도 보인다. ‘시장을 흔드는 자(Shaker)’라는 단어에서 ‘e’를 일부러 뺐다. 이 단어의 맨 마지막 철자 ‘kr’는 한국을 뜻한다. 쉐이커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프라이드를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 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남들이) 나를 외국인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나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하려는 스타트업에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가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만 사업을 운영한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로 진출한다 해도 좋은 경험을 얻게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리 대표 역시 지난 2013년 투자자와 함께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쉐이커 사무실을 낸 적이 있다. 창업 단계에서부터 미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개발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막상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니 서비스 개발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났고, 비효율성만 키우게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인력을 서울에 집중하기로 하고, 현재 캘리포니아 사무실은 비워 둔 상태다. 미국은 쉐이커에 가장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인력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 일원화한 이유도 한국의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의 투자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엔젤투자자, 기관투자자들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고 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잘돼 있어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베스트’ 기업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리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갔을 때보다 광화문이나 강남에 가면 더 글로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에서 사업한다는 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중졸 학력인 그는 인재 채용에서도 학력보다는 실력을 먼저 본다. 회사 경영에서도 겉치레보다는 효율을 중시한다. 중졸 대표를 시작으로 고졸, 대학교 휴학자, 아이비리그 출신 등 쉐이커 직원 20명의 학력 스펙트럼은 넓다. 입시 체제에 묶여 있는 교육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지만,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는 인재들이 많다고도 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그는 지난해 10월 사무실 공유서비스인 위워크 강남점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사무 가구 구입과 같은 사무실 운영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선택의 이유였다. 쉐이커가 둥지를 튼 16층에는 벽을 맞대고 또 다른 벤처회사가 있었다.

리 대표는 물질적인 공간과 위치가 아닌 서비스 가치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NHN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창업한 지 2년째인 2012년 실리콘밸리의 최고 엔젤투자펀드로 꼽히는 ‘500스타트업’으로부터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쉐이커가 그동안 유치한 투자금은 올해 1월 기준으로 90억 원에 달한다. 그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투자 유치나 나머지 모든 것은 어떻게든 방법이 생긴다”고 역설했다.

※데이비드 리 대표는

동영상제작 솔루션 서비스 스타트업 쉐이커(Shakr)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리 대표는 캐나다 출생으로 중학교 졸업장이 학력의 전부다. 어느 학교 출신이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 한국에서 당당하게 “중졸이다”라고 말하는 리 대표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은 IT 천재들이 생각났다. 그는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에 학력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만 13세 때 중학교 동창과 기업 간 물물교환서비스 스타트업을 창업, 대박을 터뜨린 경험이 오늘날의 그를 있게 했다. 2008년 영상회의 서비스 팰비(PalBee)와 인연이 닿아 한국으로 건너와 2010년 쉐이커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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