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정부, ‘허가 없어진 약 보험급여 연장 생떼' 차단 추진

입력 2017-02-20 09:35 수정 2017-02-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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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요양급여 기준 일부개정령안 예고..허가 취하 의약품 보험급여 최대 6개월 유예

보건당국이 허가가 없어진 의약품의 건강보험급여를 최대 6개월까지만 허용해주는 법안을 추진한다. 의약품의 허가 취하나 취소 이후에도 재고가 남았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인정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생떼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일은 3월23일이다.

개정안에는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 품목허가(또는 신고)가 취소되거나 취하된 약제에 대해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직권으로 조정하는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적용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가 취소된 의약품 또는 제약사가 허가증을 반납한 자진 취하한 제품에 대해 최대 6개월까지만 건강보험급여를 인정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에는 허가취하 의약품의 보험급여 유예기간을 최대 6개월로 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에는 허가취하 의약품의 보험급여 유예기간을 최대 6개월로 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허가를 취하한 의약품의 경우 품질에 문제가 없으면 복지부 직권으로 약 6개월 가량은 추가로 보험급여를 인정해줬다. 의료현장에서 그동안 처방되던 의약품이 갑자기 보험급여가 중단되면 의료진과 환자들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대웅제약이 인지장애개선제 ‘글리아티린’의 허가 취하 이후 보험급여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험급여 기간 연장을 요구하면서 이 제도의 허점이 노출됐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0년부터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로부터 글리아티린의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아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판매했지만 지난해 1월 이탈파마코와의 계약 종료와 함께 글리아티린 원료의약품 사용권한과 상표권은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3월 글리아티린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고 보건복지부는 글리아티린의 보험급여를 10월말까지만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이후 글리아티린의 보험급여 만료 기간이 임박하자 대웅제약은 복지부의 보험급여 취소 고시를 무효화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중앙행정심의위원회에 냈다.

대웅제약 측은 “유통기한, 재고량 등 개별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일률적으로 보험급여 기간이 적용돼 시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생산한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재고 소진 때까지 보험급여를 적용해달라는 요구다.

이에 중앙행정심의원회는 해당 심판에 대한 검토에 돌입하면서 “심사청구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글리아티린의 보험급여를 유지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허가 취하 이후 11개월이 지났음에도 기존에 유통한 물량에 대해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글리아티린의 경우 지난해 3월 9일 허가 취하가 결정됐고 복지부는 작년 4월 21일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 고시를 통해 글리아티린의 보험 급여 삭제를 예고했다. 이때 복지부는 “글리아티린은 10월 31일까지 요양급여 대상으로 본다”며 추가로 6개월 간의 보험급여 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6개월 보험급여 유예는 관련 규정에 명시된 것은 아니다.

대웅제약은 ‘보험급여 유예 6개월’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추가로 인정해줄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허가 취하 이전에 생산한 제품은 품질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고 소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결국 복지부는 허가 취하 의약품의 보험급여 유예 기간을 ‘최대 6개월’로 관련 규정에 명시하기로 했다. 대웅제약과 같이 허가 취하 이후 급여 연장 요구를 차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사실 허가가 취하된 제품의 보험급여 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허가 취하 의약품은 식약처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의약품'과 다름 없다는 얘기다. 대웅제약 글리아티린의 경우 허가가 없어진지 11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약값을 지원해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 취하 이후 판매되는 동안 해당 의약품의 품질에 이상이 생겨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의약품 품질부적합의 경우 해당 제품의 제조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지는데 이미 허가가 사라진 만큼 행정처분 대상도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관행적으로 허가 취하 의약품에 대해 6개월간의 급여 유예 기간을 부여했지만 이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는 없었다"면서 "요양급여 대상 여부에 대한 직권조정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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