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일궈낸 데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대내외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막대한 ‘실탄’ 마련에 성공한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선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해 총 8조276억 원의 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정유·화학업종을 통틀어 처음으로 3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GS칼텍스도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해 사상 최대 이익을 시현해냈다.
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케미칼, 한화토탈,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5개사의 영업이익은 약 6조 원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이 사상 첫 2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LG화학이 1조9919억 원을 달성했다. 한화그룹의 3개 계열사는 약 2조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호실적은 업황 호조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업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에 나섰던 부분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정유사들의 경우 지난해 비정유사업 부문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2010년을 전후로 정제설비 증설, 고도화 등 정유사업의 외형 확대를 마친 정유사들이 이후 석유화학부문 투자에 집중한 결과가 성과로 직결된 것이다. 여기에 과거 집중했던 석유화학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것도 주효했다.
올해는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미래 사업을 확대하는 것만이 안정적 수익구조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석유화학 경쟁력 개선을 위한 R&D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해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허수영 석유화학업계 협회장은 “올해는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과 미·중 통상마찰 불확실성, 사드 배치 등 국내외 상황이 쉽지 않다”며 “산업 전반에 대한 선제적 사업 재편을 통한 산업 고도화 및 R&D 강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