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조작’ 공세, 엉뚱한 한국·대만·스위스에 불똥

입력 2017-02-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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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언급 안 한 한국·대만·스위스 통화 가치 올들어 상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비판이 한국과 대만 스위스 등 예상치 않은 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독일 등 미국 상위 5개 무역 파트너 중 3개국을 지목하며 이들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이러한 발언으로 실제 통화 가치가 오른 곳은 한국과 스위스, 대만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중국이 한 일을 보고, 일본이 수년간 한 일을 보라”며 “그들은 (통화를) 절하하고, 머니마켓을 조작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바보처럼 앉아있기만 했다”며 중국과 일본을 비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독일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유로화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 비판의 대상이 됐던 이들 국가는 즉각 반발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누구도 엔화가 약세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이후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독일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도 이달 초 “독일이 저평가된 통화로 미국과 다른 나라를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비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상당수의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최근 외환보유액을 끌어다 쓰면서 위안화 가치 약세를 방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작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은 스위스와 대만과 같은 국가들이 환율조작 비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스위스 프랑은 올해 달러 대비 1.6% 절상됐고, 대만 달러는 5% 넘게 상승했다. 한국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5.1% 상승했다.

이들 비(非) 언급 국가들은 트럼프의 환율조작 경고에 촉각을 세우며 트럼프의 비판 대상으로 지목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와 대만 중앙은행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환시 개입에서 한 발짝 물러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ANZ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만중앙은행의 외환 매입 규모는 5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기록한 분기 외환 매입 평균치인 2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프랑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지난해 1~9월에 경상수지 흑자에 맞먹는 규모의 환시에 개입했으나 10월 이후 환시 개입 규모가 경상수지 흑자의 3분의 2로 줄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츠의 고빈다 핀 애널리스트는 상당한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도 트럼프 환율조작 비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핀 애널리스트는 정치적 압력에 의한 한국 및 대만 통화 가치 상승세는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과 대만 당국이 자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어 두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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